아이들 좋아하는 단골 반찬인데 “엄마, 이제 못 먹어?”… 주부들 ‘어쩌나’

고등어·오징어·갈치 생산량 급감
기상이변·환율 영향, 가격도 급등
고래회충 우려까지… 서민 식탁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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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고등어 사러 마트 갔다가 그냥 돌아왔어요. 가격 보고 깜짝 놀랐죠.”

주부 김모 씨(43)는 최근 장을 보러 나갔다가 손에 들었던 고등어를 조용히 내려놨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던 ‘단골 반찬’이 어느새 부담스러운 메뉴가 돼버렸다.

실제로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 대중적인 수산물의 생산량이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따라 가격도 줄줄이 오르며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중성 어종 생산량 ‘뚝’… 가격도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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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가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고등어 생산량은 5608톤으로 1월보다 무려 72.5% 급감했다.

작년 동기 대비 38.1%, 평년과 비교해도 10.9% 감소한 수준이다.

센터 측은 “기상이 좋지 않았고, 그 여파로 조업 가능한 날이 크게 줄어들면서 어획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고등어 산지 가격은 ㎏당 5937원으로 전월 대비 28.4% 상승했고, 소비자 가격도 ㎏당 1만3620원으로 평년보다 21.8%, 작년보다 23.3%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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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와 오징어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달 갈치 생산량은 917톤으로 전달 대비 80% 급감했고, 소비자 가격은 ㎏당 2만3110원으로 전월보다 9% 올랐다.

오징어는 생산량이 194톤으로, 전달보다 91%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평년과 비교하면 91.3% 감소한 수치다.

해양수산부는 “2월은 원래 조업일수가 적은 달이지만, 올해는 특히 기상이 악화돼 5일도 채 나가지 못한 어민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어장 형성이 불안정해지고, 형성되더라도 밀도가 낮아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래회충 우려까지… 안전성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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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악화에 따른 가격 급등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1일, 동해에서 잡힌 고등어의 고래회충 감염 사례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내각부 식품안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9~2021년 사이 동해 고등어에서는 고래회충 As 유형이 마리당 평균 2.1개체로 낮았지만, 2022~2023년에는 13.6개체, 9.7개체까지 급증했다.

고래회충은 사람의 위에 침입해 구토, 복통 등 식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기생충이다. 특히 As 유형은 생선 내장을 제거해도 근육 부위로 쉽게 이동해 위험도가 높다.

일본 감염증연구소의 스기야마 히로무 연구원은 “이제는 동해산 고등어도 태평양산처럼 식중독 위험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류 변화나 해수 온도 상승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율발 수입가 상승…장보기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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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고환율 영향까지 겹치며 수입 생선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마트는 최근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 연간 공급 계약을 맺으며 단가를 지난해보다 약 10% 인상했다.

계약이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근 환율 상승이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수산인의 날을 맞아 수산물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26일부터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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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관계자는 “3월 들어 어황이 다소 회복되며 고등어와 갈치 어획량은 나아지고 있다”며 “오징어는 다음 달 원양산 물량이 들어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분간 수산물 가격 불안정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환율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와 정부는 생산량 회복과 가격 안정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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