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피해 뒤처리
보험사는 왜 뒷북 대응만?
불신 키우는 기막힌 현실

“다 무너졌어요. 그런데 보험사는 말만 바꾸더라고요.” 한 장의 사진이었다. 배우 서효림이 올린 처참히 파손된 차량과 붕괴된 시골집 모습은, 한 사람의 감정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보험 체계의 허점을 찌르고 있었다.
지난 7월, 가평 지역을 덮친 시간당 70mm 이상의 기습 폭우는 52건의 산사태를 발생시켰고, 그녀의 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효림이 겪은 진짜 무력감은 보험사와의 소통에서 비롯됐다. 사고 접수 이후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담당 손해사정사와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주고받아야 했고, 처음엔 된다고 했던 말이 시간이 지나면 안 된다고 바뀌는 식이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너무나 복잡한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일상이 마비될 정도로 대응이 느렸고, 설명도 제각각이었다.
반복되는 민원과 소송, 문제는 구조다

서효림만의 일이 아니다. 수년간 반복된 민원 사례들을 보면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약관에는 여전히 ‘천재지변 제외’ 조항이 명시돼 있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보상 범위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수도권 폭우 당시 침수된 차량만 5,000대가 넘었지만, 약관에 따라 상당수가 보험금에서 제외됐다. 또한, 손해액이 실제보다 과소 산정되거나, 서류를 다 제출하고도 수개월간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보험사는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피해자는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모른다. 반면 보험사는 익숙하다. 결국 피해자들은 ‘비전문가의 무력함’ 속에 휘둘리며, 일부는 소송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불공정 약관부터 구조 혁신까지, 보험은 변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일상화된 시대, 자연재해는 더 이상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보험사 역시 이에 맞춰 구조를 바꿔야 한다. ‘천재지변 제외’ 같은 시대착오적 약관은 폐기돼야 한다.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개정을 청구했고, 일부 보험사들은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처럼 강수량만으로도 보상이 가능한 상품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보험금 지급 기준을 보다 투명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20영업일 내 지급이 어렵다면 ‘가지급금 50%’를 먼저 지급하는 제도도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 소비자가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도 병행돼야 하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 체계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