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책임진다더니” .. 직장까지 포기한 중년들, 인생이 통째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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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중 1명 5년 이상 간병
월 370만 원 비용에 직장 포기
제도 공백에 내몰린 중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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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 출처 : 연합뉴스

부모와 배우자를 간병하며 인생이 멈춰선 중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전국 50-60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20퍼센트가 5년 이상 가족 간병에 매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병비로 월 평균 100만 원 이상을 부담하는 경우가 25퍼센트에 달했다.

문제는 이들이 노후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간병비는 월평균 370만 원으로,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 224만 원의 1.7배에 이른다.

직장 포기로 이어지는 간병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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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 출처 : 뉴스1

간병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넘어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대한파킨슨병협회 조사 결과,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의 20퍼센트가 간병으로 직업을 포기했다.

유병 기간 10년 이상인 환자 보호자의 경우 직업 포기 비율이 29.8퍼센트까지 올라갔다. 간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의 직업과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것이다.

한양대 임상간호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간병하는 가족 중 딸이 43.4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며느리 16.8퍼센트, 아들 15.2퍼센트 순이었다.

간병인의 82.4퍼센트가 여성이었으며, 50대 이상이 36.8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족 간병인의 절반 이상인 50.3퍼센트는 우울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간병을 제공하면서도 대신할 간병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35.2퍼센트에 달했다.

턱없이 부족한 제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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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 출처 : 연합뉴스

중년층이 간병 부담에 내몰리는 근본 원인은 제도의 공백에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또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에게 지원하지만, 요양원 입소가 가능한 경우는 1-2등급으로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해당하는 3-4등급은 재가서비스 하루 최대 4시간 수준만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치매 노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3-4등급 환자가 요양원에 입소하려면 주 수발자인 가족 구성원이 직장, 질병, 해외 체류 등으로 돌봄이 어려운 특별한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독거 노인이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설 입소가 허용된다.

간병인을 고용하더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24시간 간병인을 고용하면 월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9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병원 간병의 경우 재택 간병보다 더 높은 비용이 든다.

국가 지원 기대감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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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 출처 : 연합뉴스

중년층은 간병을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실질적 지원에 대한 기대는 낮다. 부모님 건강 악화 시 부모 부양의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75.9퍼센트,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72.5퍼센트에 달했다.

간병비 부담이 커질 것 같다는 응답은 85.4퍼센트로 압도적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8.9퍼센트가 앞으로 간병은 국가적 문제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89.7퍼센트가 간병 부담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응답이 52.7퍼센트에 달했다.

간병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84퍼센트로 지배적이었지만, 경제적·심리적 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36퍼센트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기존 정책의 범위를 확대하고, 간병에 대한 법적 지원을 통해 간병인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간병도 치매나 암처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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