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까지 이러면 이제 뭘 믿고 살아요”… 고령층 겨냥한 섬뜩한 함정, 한순간에 전 재산 ‘홀라당’

경찰 제복까지 활용한 신종 수법
영상통화로 심리 압박… AI까지 가세
고령층 노리는 정교한 ‘심리전’

경찰 제복을 입은 인물이 영상통화로 등장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시도하는 신종 수법이 울산에서 포착됐다.

피해자는 실제 경찰관이라고 믿고 안내에 따라 앱을 설치했고, 이로 인해 휴대전화가 원격 통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해당 수법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상통화로 유도한 ‘가짜 경찰 작전’

지난 15일, 울산 중구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고객님의 통장에서 인출 요청이 있다”고 말했고, A씨가 이를 부인하자 “경찰과 연결해 주겠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곧바로 걸려온 영상통화에는 경찰관 제복을 입은 3명이 책상에 앉아 있었고, 배경에는 태극기까지 걸려 있었다. A씨는 이를 실제 경찰관으로 오인하고 안심했다.

영상통화 상대는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앱 설치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 앱은 사기범이 A씨의 스마트폰을 원격 조작할 수 있는 원격제어 앱이었다.

이후 “금융감독원 직원이 확인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고, 몇 분 뒤 또 다른 사칭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금감원 직원이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입증하려면 금융자산을 골드바로 바꿔야 한다”며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1억원이 든 적금을 해지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원의 신고로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들은 원격 앱을 통해 A씨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지연시키는 등의 정황도 확인됐다. 울산에서는 같은 방식의 시도가 10월에만 3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AI·가짜 수사 시나리오… 정교해진 범죄

보이스피싱 수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영상통화뿐 아니라, AI로 합성된 가족 목소리를 사용해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도 등장했다. 실제 상담원이나 자녀의 음성과 구분이 어려워 피해자가 대응하기 어렵다.

2023년 기준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65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피해자는 1만2,339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약 30.8%(3,800명)를 차지했다.

특히 60대 여성 피해자는 전년 대비 167% 증가했으며, 70대 이상 여성 피해도 43% 늘었다. 강남 등 자산이 많은 고령층의 경우 수억 원대 피해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전화·문자에 숨겨진 함정… 이렇게 확인하라

경찰은 어떤 경우에도 영상통화로 신분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 ‘즉시 송금해야 한다’는 식의 전화는 모두 사기로 간주해야 한다.

모르는 번호, 특히 070·050 등 인터넷전화로 걸려온 전화는 무조건 의심하고, 전화를 끊은 후 공식 대표번호로 재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자의 경우, 링크가 포함돼 있거나, 이상한 도메인 주소가 있으면 클릭하지 말고 삭제해야 한다. ‘사이버캅’ 앱, 통신사 스팸 차단 서비스, KISA의 스팸 번호 조회 등도 활용할 수 있다.

가족 간에는 정기적으로 보이스피싱 사례를 공유하고, 고령 부모에게는 “확인 후 대응” 원칙을 반복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영상통화, AI, 원격조작 앱 등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을 정밀하게 노리는 범죄 특성상 사회 전체의 경각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낯선 전화와 문자는 반드시 의심하고, 개인 정보나 금융 거래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즉시 가족이나 경찰에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