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2배 된 축의금
점심 한 끼도 부담되는 요즘
직장인들, 조용히 지갑 닫았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축의금은 두 배가 됐다. 직장 동료의 결혼 소식이 반갑기보다 부담스럽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외식비는 오르고, 서비스 요금도 치솟는 상황에서 축의금까지 인상되자 직장인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5만 원이 대세였는데… 이젠 10만 원이 ‘기본’

직장인들이 결혼 축의금으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은 ’10만원’이었다.
인크루트가 지난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직장인 8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1.8%가 ‘식사까지 포함된 결혼식 참석 시 적정 축의금’으로 10만원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 뒤를 이은 응답은 5만원(32.8%), 5만원 미만(3.2%), 15만원(1.4%) 순이었다. 관계의 깊이와 무관하게 ‘10만원’이라는 기준이 자리 잡은 셈이다.
협업 중인 동료든, 사적으로 친한 동료든 10만원을 고른 비율은 각각 60.1%, 59.7%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2023년에는 단지 협업만 하는 직장 동료에게 5만원을 낸다는 응답이 65.1%에 달했지만, 단기간에 축의금이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이에 대해 직장인 김 모 씨는 “물가가 오른 건 알지만, 축의금까지 이렇게 오를 줄은 몰랐다”며 “지갑 열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점심 한 끼도 부담…‘런치플레이션’이 만든 현실

적정 축의금이 두 배나 오른 배경에는 최근 무섭게 오른 물가가 존재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서울 지역의 김밥 평균 가격은 3623원이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비빔밥은 6.1% 올랐고, 칼국수·자장면은 5%, 김치찌개 백반은 4.7% 인상됐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들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점심값 인플레이션’,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이 현실이 됐다.
이러한 외식비 인상에는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 인상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결국 점심 한 끼조차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축의금 10만원은 적잖은 부담이다.
한 직장인은 “점심값도 부담스러운데 축의금은 선택지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연휴에도 ‘집콕’…지출 줄이는 자발적 선택

이러한 상황에서,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황금연휴가 있었음에도 장거리 여행을 택한 직장인은 많지 않았다.
롯데멤버스의 조사에 따르면, ‘1일부터 6일까지 연휴를 모두 쉰다’는 응답은 44.5%에 달했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가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6.1%가 ‘집콕’을 선택했으며, 근교 나들이(21.7%), 국내 여행(13.4%), 지인 만남(7.8%)이 뒤를 이었으며, 해외여행 계획은 4%에 불과했다.
특히 20~30대는 여행보다 휴식을 택했는데, 고물가·고환율로 인해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단지 연휴 계획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축의금, 외식비, 생활비까지 모두 올라간 지금, 젊은 직장인들의 삶 자체가 지출을 최소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축하가 우선시되어야 할 결혼식장에서, 눈앞의 비용 부담에 직장인들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