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외국인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500조원을 돌파한 ETF 시장에서 ‘개미’가 단순한 추종자가 아닌 가격 방향을 좌우하는 주체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KB증권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개인의 ETF 순매수 방향과 수익률 방향이 일치하는 ‘동행비율’은 47.5%로 집계됐다. 국내 기초자산을 가진 국내 상장 ETF 615종목을 대상으로 최근 6년간 분석한 결과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동행비율은 47.7%로, 개인과의 격차가 사실상 0.2%포인트에 불과한 수준까지 좁혀졌다.
6년 만에 10%p 뛴 동행비율…구조적 변화의 신호
개인의 동행비율은 2021년 38.0%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3년 처음으로 40%를 넘어선 뒤(41.7%), 2025년 45.1%, 올해 47.5%까지 올랐다. 6년 만에 약 9.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최근 2~3년 사이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21년에는 외국인 동행비율(51.6%)이 개인(38.0%)을 13.6%포인트 앞섰지만, 올해는 그 격차가 0.2%포인트로 사실상 해소됐다. KB증권 박유안 연구원은 “개인 수급의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고,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매매 패턴이 외국인과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개인의 ETF 순매수액은 46조2,500억원(5월 말 기준)으로, 2025년 연간 순매수액을 이미 넘어섰다. 국내 ETF 시장 순자산도 올해 5월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중소형·테마 ETF에서 ‘개인의 힘’ 가장 뚜렷
동행비율의 상승세는 중소형 ETF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올해 순자산 1,000억~5,000억원 ETF의 개인 동행비율은 47.9%, 5,000억~1조원 ETF는 47.7%를 기록한 반면, 순자산 1조원 이상 초대형 ETF는 40.2%에 그쳤다.
테마별로는 반도체·주주가치·밸류업 관련 ETF에서 동행비율이 50%를 크게 웃돌았다. TIME 코리아밸류업액티브는 65.7%, SOL 반도체전공정(475300)은 61.8%, ACE 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는 59.4%를 나타냈다. SOL 반도체전공정의 경우, 개인이 매수한 날 기준 일평균 수익률이 2025~2026년 평균 1.25%, 올해만 놓고 보면 3.20%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테마 ETF일수록 시장 유동성이 얕아 개인 수급이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쉬운 구조다. 반면 초대형 ETF는 외국인·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개인 수급만으로 가격 방향을 좌우하기 어렵다.
레버리지 ETF는 ‘역행 패턴’…외국인과 극명한 대조
개인의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커진 것과 달리, 레버리지 ETF에서는 정반대의 패턴이 확인됐다. KODEX 레버리지(122630)의 개인 동행비율은 12.5%,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13.8%, TIGER 레버리지(123320)는 17.2%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KODEX 레버리지에서 외국인 동행비율이 55.8%에 달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박유안 연구원은 “개인의 레버리지 ETF 매수는 상승 추종보다 저가 매수 성격이 강하다”며 “가격이 하락하는 초기부터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동행비율이 낮게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올해 5월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상장 첫날 합산 거래대금 10조471억원을 기록했고, 개인 순매수만 2조530억원에 달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의 동행비율이 1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개인 자금의 집중적인 쏠림 현상이 잠재적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