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도, 금융위기도 막지 못했던 한국의 ‘상용직 연속 증가’ 기록이 마침내 깨졌다. 2026년 5월 상용근로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7천 명 줄며 199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충격은 숫자 자체보다 구조에 있다. 20·30대가 19만7천 명 감소하며 코로나19 충격기인 2020년 12월(-21만7천 명)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그 빈자리를 60대 이상이 일부 채우는 ‘세대 역전’ 현상이 뚜렷해졌다.
316개월 연속 증가, 역사 속으로
상용근로자는 1년 이상 계속 근무가 예상되는 임금근로자로, 정규직에 가장 가까운 고용 형태다. 이 수치는 2000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31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를 기록해왔다.
2022년에는 월 80만~90만 명대 증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5년 20만~30만 명대 증가 → 2026년 초 10만 명대 → 5월 마이너스 전환이라는 흐름으로 빠르게 꺾였다. 전체 취업자 대비 상용직 비중은 57.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체 취업자 수 자체가 4만 명 줄어든 데 따른 착시 효과다.
20대는 IT가, 30대는 전문직이 무너졌다

연령대별로 감소 원인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이번 통계의 핵심이다. 20대 상용직은 제조업(-3만6천 명)보다 정보통신업(-5만7천 명)에서 더 크게 줄었다.
반면 30대 정보통신업 상용직은 2만6천 명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IT 채용이 신입에서 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생성형 AI가 초급 개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신입 개발자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해석도 함께 제기된다.
30대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7만6천 명 감소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연구개발, 건축·엔지니어링, 법무·회계 서비스 등 고숙련 전문직 영역이 집중된 업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AI 일자리 대체 영향이 전문직 영역까지 확산됐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 AI가 고용 감소에 미친 영향을 통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전쟁·제조업 침체…회복 시점 ‘안갯속’
정부는 올해 초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취업자 수가 연간 16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26년 2월 말 중동전쟁이 발발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누적되면서 기업의 채용 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는 게 당국의 진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고용은 실물경제에 후행하는 성격이 있는데, 2~3월 충격이 한 박자 늦게 나타난 것으로 중동전쟁 변수 등으로 회복 시기나 속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 명 줄며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구조적 부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청년 고용 상황 개선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며 계층별·업종별 세부 대응과 중장기 제도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재정 규모나 대상 업종별 맞춤 프로그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아 후속 대책에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