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직업을 갖지 못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201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악의 수치다.
2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응답자 1만498명 중 무직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33.3%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3.7%포인트(p)로, 역대 가장 컸다.
박사 배출은 늘어도 ‘갈 곳’은 줄었다
신규 박사 무직자 비율은 2018년까지 25.9%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9년 29.3%로 급등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30%대 장벽을 넘었다. 취업자 비중은 66.7%에 그쳤고, 실업자(구직 중)는 27.7%, 비경제활동인구는 5.6%였다.
무직률 상승을 주도한 것은 구직을 아예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의 급증이다. 이 비율은 2024년 3.0%에서 지난해 5.6%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박사의 1차 흡수처인 대학도 벽이 높아졌다. 교육부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전임교원은 8만6천701명으로 전년 대비 617명(-0.7%) 줄었다. 반면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은 15만3천923명으로 4천261명(+2.8%)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안정적 일자리 대신 비정규 인력 확대로 방향을 튼 결과다.

청년 박사는 더 혹독하다…둘 중 하나 ‘백수’
청년 신규 박사들이 받는 충격은 더 가파르다. 지난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30세 미만 응답자 569명 중 무직자 비율은 51.1%로 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도 2024년 2.6%에서 지난해 7.9%로 세 배 이상 폭증했다.
청년층 전반의 고용 한파와 맞닿아 있는 흐름이다. 2026년 5월 기준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p 하락했으며 2024년 5월부터 25개월째 내리막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AI 고노출 업종에서 청년 고용이 집중적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업(-11.2%), 정보서비스업(-23.8%), 출판업(-20.4%)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인문계 박사, 취업해도 ‘저임금 덫’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전공과 성별에 따른 소득 격차는 뚜렷하게 벌어진다. 지난해 취업 응답자 7천5명 중 연봉 1억원 이상 비중은 15.9%였다. 전공별로는 경영·행정·법(29.8%), 보건·복지(26.5%), 정보통신기술(24.1%) 순으로 고소득 비중이 높았다. 반면 예술·인문학 분야는 1억원 이상이 3.7%에 그친 반면, 2천만원 미만 저임금 비중은 26.8%로 가장 높았다.
성별 격차도 여전하다. 무직 박사 비율은 남성 29.6%, 여성 38.4%로 여성이 8.8%p 높다. 연봉 1억원 이상 비중은 남성 20.6%에 달하지만 여성은 8.3%에 불과했다. 반대로 연봉 2천만원 미만 비중은 남성 6.3%, 여성 17.2%로 격차가 세 배에 가깝다.
교육계에서는 박사과정 정원·장학금 정책을 양적 확대에서 산업 수요 연계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박사 인력의 불안정 고용이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과 연계한 ‘산업박사’의 경우 취업률이 95% 이상으로 나타나는 만큼, 대학과 기업 간 협력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