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력은 비슷했다. 납기는 더 빨랐다. 경제 패키지도 더 컸다. 그러나 캐나다는 독일을 택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7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예비 공급업체’ 지위에 머물렀다.
카니 총리는 “TKMS와 한화 양사의 플랫폼 모두 캐나다 해군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며 수주전이 막판까지 초박빙이었음을 인정했다.
최대 100조원 사업, 승자독식의 구조
CPSP는 노후화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해 최신 디젤-전기 잠수함 12척을 확보하고, 30년 이상 운용·정비·유지까지 패키지로 묶은 초대형 사업이다. 북극(얼음 아래 포함), 대서양, 태평양 3개 해역을 동시에 커버하는 전력이 목표다.
규모는 보수적 추산으로도 약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원)에 달하며, 30~50년 운용·업그레이드 비용까지 포함하면 1,000억 캐나다달러(약 100조원)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분할 발주 가능성을 일찌감치 배제했다. 승자독식 구조였다.
평가 기준도 주목할 만하다. 캐나다 ‘국방투자청’이 설정한 평가 항목을 보면, 잠수함 기술 성능이 20%, 재정적 가치가 15%, 전략·경제적 이익이 15%인 반면, 장기 유지·정비·운영 계획이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선체 스펙이 아니라 ’30년을 어떻게 쓸 것이냐’가 사실상 당락을 갈랐다.
한화의 강점, 나토의 벽 앞에 무너지다

한화오션의 제안 카드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KSS-III(도산안창호급) 개량형을 기반으로 2032년 1번함 인도, 2035년까지 4척, 2043년까지 12척 완편이라는 일정은 TKMS보다 평균 1~3년 앞선 것이었다.
경제 패키지도 공격적이었다. 2044년까지 약 700억 캐나다달러(약 75조원) 규모의 경제적 기회 창출을 약속했고, 핼리팩스 인근 다트머스에 신규 조선·정비 시설 신설, 연간 약 1만5천 개 캐나다 일자리 창출, 63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LNG·수소 인프라 투자 패키지까지 포함했다. 한국은 실전 배치된 함정 도산안창호함을 현지에 파견하는 민군 합동 총력전까지 펼쳤다.
그러나 캐나다는 결국 TKMS의 손을 들어줬다. TKMS는 현재 나토에 공급되는 잠수함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핵심 공급업체다. Type 212CD는 독일·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플랫폼으로, 나토 표준에 최적화돼 있다. 캐나다가 선택한 것은 더 빠른 납기와 더 큰 투자 패키지가 아닌, 나토 공급망과의 연결, 그리고 기술·일정 리스크의 최소화였다.
협상 결렬 시 ‘제2막’…한·캐 관계는 계속된다
완전한 탈락은 아니다. 카니 총리는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캐나다는 예비 공급업체인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협상을 진행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한·캐 외교 채널도 가동됐다. 카니 총리는 “지난 주말 이재명 대통령과 길고 친밀한 대화를 나눴고,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앙카라에서 다시 만나 전략적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택이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전략 후퇴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엔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