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역사를 다시 썼다. 2026년 상반기 미국 판매량이 그룹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전체 미국 신차 시장이 전년 대비 3.6% 역성장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시장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판매를 늘렸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 경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점유율은 11.7%까지 확대됐으며, 그 중심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있다.
전체 시장 역행하며 92만 대 돌파
현대차·기아는 2026년 1~6월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총 920,383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수치로, 그룹 기준 상반기 최다 판매 기록이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489,656대(+2.7%), 기아가 430,727대(+3.4%)를 각각 기록하며 나란히 상반기 최다 기록을 세웠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39,088대(+4.6%)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2분기(4~6월)만 따로 보면 489,663대(+3.5%)로 역대 2분기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6월 한 달 실적도 155,587대(+10.8%)로, 월간 기준으로도 강한 흐름을 유지했다.
하이브리드 65.5% 폭증…전기차는 조정 국면

이번 실적의 핵심 동력은 하이브리드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친환경차 판매는 265,5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47% 급증했다. 전체 판매 대비 비중도 31.2%에 달한다.
파워트레인별로 살펴보면, 하이브리드(HEV) 판매량은 225,321대로 65.5% 증가했다. 반면 순수 전기차(BEV)는 40,193대로 9.7% 감소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시장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미국 전기차 판매는 2026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하며 전체 신차 판매의 5.8% 수준에 그쳤다. 충전 인프라 부담과 고가 차량에 대한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은 2026년 3,35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단독으로도 44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투싼·스포티지가 견인한 SUV 풀라인업
모델별로는 현대차에서 투싼이 117,612대로 1위를 차지했고, 엘란트라 79,839대, 싼타페 64,003대가 뒤를 이었다. 기아에서는 스포티지 94,907대, 텔루라이드 73,602대, K4 73,579대 순이었다.
6월 한 달 기준으로는 현대차에서 엘란트라(15,179대)와 팰리세이드(11,336대)가 호조를 보였고, 기아는 스포티지(15,995대), 텔루라이드(11,432대), 카니발(6,986대) 순으로 잘 팔렸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법인 부사장은 “세단과 SUV를 아우르는 전 라인업에서 고르게 나타난 결과”라며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동화 모델 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주효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현대차·기아의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GM은 1,335,461대(–6.8%), 도요타는 1,243,390대(+0.5%), 혼다는 756,920대(+2.4%)를 기록했다. GM이 역성장하고 도요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현대차·기아는 점유율 11.7%로 존재감을 키웠다.
미국이 글로벌 성장의 핵심 무대로

이번 미국 실적은 그룹 전체 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2.9%)과 아시아(–1.3%)가 역성장한 반면, 미주에서만 +3% 성장을 기록했다. 사실상 미국이 그룹 실적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 된 셈이다.
기아는 이번 상반기에 글로벌 판매 1,630,988대로 회사 역사상 최고 상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기아 그룹은 글로벌 점유율 8.5%로 도요타 그룹(12.6%)에 이어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뚜렷하다. 전기차 판매 감소는 탄소중립 전략 측면에서 속도 조절 우려를 낳는다. 유럽·아시아 시장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미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미국의 세제·보조금 정책 변화와 중장기 내연기관 규제 강화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 성장세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