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58달러
정부 “4월 수급 통제 가능”
석화업계 셧다운 공포

두바이유가 배럴당 158달러를 찍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4월 원유 수급 위기설’에 대해 “통제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한국의 원유 수입(의존도 70%)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비축유 방출과 대체 경로 확보로 수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3일 브리핑에서 “국제유가 상승 속도가 유례없는 수준”이라면서도 “4월 중 국내 원유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의 ‘셧다운 공포’와 제조업 생산비 12% 상승 전망이 맞물리면서,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UAE 2,400만 배럴 긴급 수혈… 4월 비축유까지

정부가 제시한 해법의 핵심은 ‘물량 확보 타이밍’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긴급 도입하기로 한 2,400만 배럿 중 400만 배럴이 3월 말과 4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입항하며, 나머지 1,800만 배럴도 4월 초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여기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2,246만 배럴을 4월 중순 방출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비축유는 68일분 규모다. 업계 전문가는 “UAE 물량과 비축유를 합치면 22~25일가량을 추가로 버틸 수 있는 규모”라며 “차량 5부제 등 수요 관리 대책이 병행된다면 4월 말까지는 수급 유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민간 원유 재고 추이를 실시간 파악하며, 재고 소진 예상 시점에 맞춰 비축유 방출 타이밍을 조율 중이다.
석유화학 ‘셧다운 공포’… 정유사 수출 물량 국내로

원유보다 더 긴박한 문제는 나프타(납사) 공급 부족이다. 국제유가가 2월 대비 46.7~54.8% 급등하면서 나프타 가격도 동반 폭등했고, 석유화학 업계는 “다음 달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비명을 내고 있다.
국내 나프타 공급의 55%를 차지하는 정유사들이 수출 위주 경영 구조를 유지해온 탓에, 내수 공급 부족 현상이 더 빠르게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긴급 수급 조정 명령’ 발동 카드를 꺼냈다.
양기욱 실장은 “정유사들과 협의해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계획”이라며 “긴급 명령을 발동하면 가동 중단 위기 시점을 4월 말이나 5월까지 충분히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체 나프타 수입에 따른 추가 비용 지원을 위해 추경 예산 반영도 추진 중이다. 조선업계가 우려했던 강재 절단용 에틸렌가스 수급 차질은 “비축량 소진율 높은 순서대로 차질 없이 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원유 도입은 ‘신중’… 정유사 머뭇

한시적 제재 완화로 공해상 러시아산 원유 거래 가능성이 열렸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양 실장은 “품질 문제와 금융 결제 리스크,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우려 등으로 도입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물량 확보보다 장기적 거래 관계와 금융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3일부터 서울청사에 ‘공급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12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해 30~40개 핵심 품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박동일 산업정책실장은 “특정 품목의 위기가 과대 대표돼 시장 혼란이나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의 제조업 생산비 12% 상승 전망과 환율 1,500원 돌파 우려가 겹치면서, 4월 말 이후 상황에 대한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