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사상 최대인데 수익은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역설이 글로벌 항공업계를 덮쳤다. 중동전쟁이 항공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주요 항공로를 막아선 결과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6월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2026년 전 세계 항공사 합산 순이익 전망치를 230억 달러(약 35조 9천억 원)로 제시했다. 전 세계 항공 교통량의 85%를 차지하는 회원사 370곳을 집계한 수치다.
이는 기존 전망치 410억 달러(약 64조 원)에서 44%나 낮아진 것이자, 2025년 실적 추정치 450억 달러(약 70조 2천억 원)에서도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순이익률 역시 4.2%에서 2.0%로 반토막 났다.
항공유 70% 폭등, ‘단가·사용량’ 이중 충격
IATA는 이번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 항공유 가격 급등을 공식 지목했다. 2026년 항공유 가격은 전년 대비 70% 폭등해 배럴당 평균 152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비 총액도 2025년 2천520억 달러(약 393조 원)에서 2026년 3천500억 달러(약 546조 원)로 약 40% 급증, 전체 운영비의 31.4%를 차지하게 된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유 가격이 누구의 예상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등한 데다 걸프 지역 운항 교란까지 겹쳐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총매출은 여객 수요 호조에 힘입어 1조 1천650억 달러(약 1천815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겠지만, 운영비 증가폭(13%)이 매출 증가폭(9.4%)을 웃도는 구조가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다.
걸프 허브 봉쇄…중동 항공사 43억 달러 적자 전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전쟁은 걸프 지역 영공을 사실상 전면 폐쇄시켰다. 에미레이츠·카타르항공·에티하드 등 걸프 3사는 두바이·도하·아부다비를 거점으로 한 장거리 환승 네트워크 모델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허브 영공이 봉쇄되자 이 모델 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IATA는 2026년 중동 항공사들의 합산 순이익이 43억 달러(약 6조 7천억 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LCC 파산·M&A 가속…국내도 2분기 7600억 손실 추산
저비용항공사(LCC)도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 스피릿항공은 지난달 파산했고, 월시 사무총장은 추가 도산과 대형 항공사에 의한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연료비 비중이 높고 운임 인상 여력이 제한된 LCC 구조가 고유가·우회 항로 국면에서 대형 항공사보다 충격 흡수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항공협회는 국내 항공사 12곳의 2026년 2분기 합산 영업손실 규모를 약 7천6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성수기임에도 ‘띄울수록 적자’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고유가와 노선 감편·우회의 영향이 실적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
승객 1인당 순이익은 2025년 9달러 10센트(약 1만 4천200원)에서 2026년 4달러 50센트(약 7천원)로 반감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탑승률과 수요 지표만으로 항공업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