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소식에 하루 만에 4% 넘게 폭락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완전한 회귀보다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6년 6월 15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9%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0.75달러로 4.8% 내리며, 양 유종 모두 3월 10일 이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급락은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대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106일간의 전쟁이 협상 타결로 막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 타결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60일 무료 개방’…그 이후는 미지수
이번 양해각서(MOU)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는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이다. 양측은 향후 60일간 통행료 없이 해협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란과 미국 사이에는 표현상의 간극이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행료 없는 영구 개방’을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60일 유예 기간 이후 안전관리·해상 서비스 명목의 수수료를 징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예 기간이 끝난 후 실질 통행 비용 구조를 둘러싼 협상은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공식 서명식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양측은 향후 60일간 핵 문제 최종 합의와 대이란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목표로 세부 협상에 돌입한다.
‘종전=즉각 정상화’ 아니다…ADNOC CEO 경고
에너지 공급망의 실질적인 회복은 협정 서명보다 훨씬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의 술탄 알 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분쟁이 종료되더라도 전쟁 전 물동량의 80%를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리고, 완전 회복은 2027년 1~2분기 이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선박 재배치와 보험·운임 정상화, 항만 및 저장시설 복구 등이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물리적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국제 보험·금융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소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전쟁 전 60달러대 복귀는 어렵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전쟁 전 브렌트유 가격대가 배럴당 60~7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가격 지지선은 이보다 높은 75~8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는 위험도 일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서비스 수수료 부과 가능성, 핵 합의 이행 여부에 따른 제재 해제 속도, 이란 에너지 인프라 복구 지연 등이 중기적 유가 하방을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이번 종전이 지정학 리스크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춘 것’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