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JTBC가 지난 12일 유동화 차입금 206억 원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2011년 개국 이후 15년 만에 종편 사상 최초로 법정 회생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가 아니었다. 중앙그룹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 등 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이 줄줄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그룹 차원의 유동성 붕괴’ 양상으로 번졌다.
서울회생법원은 15일 이들 5개사의 사건을 회생2부(정준영 법원장)에 일괄 배당하고 병합 심리에 들어갔다. 법원은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조만간 대표자 심문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지주사까지 덮친 연쇄 도미노
이번 사태는 단일 계열사의 자금 부족이 그룹 전체 네트워크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구조적 붕괴로 분석된다. 중앙홀딩스는 지주사로서 계열사 자금 수요를 내부에서 메워왔으나, 유입 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단기성·유동화 차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결국 지주사 자신도 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2010년대 STX·동양그룹 연쇄 부도처럼 “내부 계열사 지원으로 자금이 순환되다 전체 네트워크가 일시에 무너지는 패턴”과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중앙그룹은 제조업이 아닌 미디어·콘텐츠 업종이라는 점에서 회생 이후 사업 재편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이 될 전망이다.
콘텐트리중앙과 중앙홀딩스는 회생 신청과 함께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도 함께 신청했다. 보전처분은 사측이 자산을 처분해 특정 채권자에게 편파 변제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이며,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가압류·경매를 회생 개시 전에 동결하는 조치다.
신용등급 ‘최하위 D’ 일제 강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JTBC의 디폴트와 회생 신청에 즉각 반응했다. 한국기업평가는 JTBC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C에서 최하위 D로 하향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무보증사채를 CCC에서 D로, 단기신용등급을 C에서 D로 내렸다. D등급은 원금 또는 이자 지급이 불가능한 ‘부도’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신용평가는 메가박스중앙과 콘텐트리중앙의 기업어음 등급을 B에서 C로, 에스엘엘중앙을 B에서 B-로 각각 강등하고 3사 모두 등급감시목록(하향검토)에 올렸다. 그룹 모체인 중앙일보도 무보증사채 등급이 BB+에서 B-(한기평), BB에서 B(한신평)로 떨어졌다. 한기평은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마저 B+에서 C로 내렸다.
한기평은 중앙일보 등급 강등 이유로 “계열 유동성 위험 현실화에 따른 사업·재무 불확실성 확대”를 공식 명시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D등급 전락은 금융기관의 신규 채권 매입 대상에서 제외됨을 뜻해,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창구가 사실상 차단됐다는 의미다.
‘전통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신호탄
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개별 기업 부실이 아닌 구조적 붕괴의 신호탄으로 읽는다. OTT와 유튜브 중심으로 시청 행태가 재편되며 TV 광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코로나19 이후 관객 수 회복이 지연된 극장 사업까지 동시에 타격을 받은 결과다.
한편 중앙일보는 법정 회생 대신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JTBC·콘텐트리중앙 등은 법원 회생, 중앙일보는 워크아웃이라는 이원화 트랙이 형성된 셈이다. 회생 전문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단순 청산보다 영업을 지속하는 형태의 회생계획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향후 회생계획안에서는 JTBC 채널 유지 여부, 메가박스 점포 축소·매각, 콘텐트리중앙 지분 구조 재편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