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2026년 1분기 전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 1.8%를 기록하며 급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숫자 이면에는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과 침체한 내수·서비스업 사이의 깊은 균열이 자리한다.
한국은행은 9일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전기 대비 1.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3일 발표한 속보치(1.7%)보다 0.1%포인트(p)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는 2025년 4분기 –0.1% 역성장 직후의 급반등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서프라이즈’ 성장으로 평가된다.
반도체가 혼자 뛰었다…ICT와 비ICT의 극단적 대비
성장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이었다. 1분기 ICT 제조업은 전기 대비 15.4% 성장한 반면, 비(非)ICT 제조업은 –0.9%를 기록했다. 제조업 전체(+3.9%) 성장률이 이 두 수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격차의 크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 중심으로 5.9%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기계류·운송장비 증가에 힘입어 6.6% 늘었다. 속보치 대비 설비투자 성장률이 1.8%p, 수출 성장률이 0.8%p 각각 상향 조정된 점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성장 기여도 면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은 1.1%p를 기여한 반면, 민간소비·건설투자·설비투자를 합산한 내수 기여도는 0.7%p에 그쳤다. 국내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반도체·ICT 호황이 꺾이면 성장률도 급락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고 경고한다.

GDP 1.8%, GNI는 9.2%…통계 속 두 개의 한국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또 다른 수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다. 1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9.2% 급등하며 실질 GDP 성장률(1.8%)을 크게 상회했다. 교역조건이 개선된 데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8조2,000억 원에서 11조6,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 핵심 요인이다.
명목 기준으로도 명목 GNI는 전기 대비 11.0% 급증해 명목 GDP 성장률(10.5%)을 웃돌았다. 수출기업 이익 개선과 해외 배당·이자 수입 증가가 국내 생산 성과보다 빠르게 늘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를 긍정과 부정 양면으로 읽는다. 교역조건 개선이 기업 소득과 투자 여력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성장의 과실이 특정 수출 대기업에 집중될 경우 가계 체감경기와의 괴리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1인당 GNI 3만6,963달러…’4만 달러 벽’은 여전히 높다

같은 날 발표된 2025년 연간 국민계정 잠정치에 따르면, 2025년 1인당 명목 GNI는 36,963달러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화 기준으로는 5,257만 원으로 4.6% 늘었지만, 달러 기준 증가율은 환율 영향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 수치는 지난 3월 발표된 잠정치(36,855달러)보다 소폭 상향됐지만, 증가율 0.3%는 그대로다. 노동·복지 전문가들은 “성장은 하는데, 체감 소득이나 분배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국민 인식을 부추길 수 있는 지점”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