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새 병진노선’ 칼 가는데” … 한국만 뒷걸음질 치는 ‘전술적 자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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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19 군사합의 복원 추진
정치적 해법 vs 군사적 실리 충돌
북한
남북 관계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9·19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하면서 우리 군의 감시정찰능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합참이 2019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행금지구역 지정으로 전방 군단의 표적식별능력이 44% 감소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713개 표적에서 399개로 314개나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감시 공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합의 복원을 서두르는 것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반복된 민간 무인기의 북측 침투 사건이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3일 재발방지책을 요구한 지 불과 5일 만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복원 검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곧 개최할 9차 당 대회에서 ‘미국은 핵으로, 한국은 대량의 상용무기로’ 상대한다는 새 병진노선을 채택할 것으로 전해지며 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방부가 “유관부처 및 미측과 협의 중”이라며 신중함을 보이는 것도 이런 전술적 딜레마 때문이다. 통일 정책의 정치적 필요성과 실질적 안보 능력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비행금지구역이 만드는 ‘블라인드 존’

북한
군사분계선 / 출처 : 연합뉴스

비행금지구역은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무인기의 경우 동부지역 15km, 서부지역 10km로 설정된다.

고정익항공기는 동부 40km, 서부 20km, 회전익은 10km다. 이 제약이 부활하면 전방 군단급 이하에서 운용하는 무인기는 사실상 비행이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구역 내에 북한의 핵심 위협자산인 장사정포와 방사포 전력이 집중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314개의 표적 식별 공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도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화력자산에 대한 실시간 감시망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전방 군단이 운용하던 전술급 무인기는 저고도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표적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 임무는 공백 상태로 남는다.

대체 자산의 현실적 한계

북한
글로벌 호크 / 출처 : 연합뉴스

군은 대안으로 글로벌 호크(고고도 무인기), 금강·백두(RC-800), 새매(RF-16) 등 정찰기를 제시하지만 이들 역시 24시간 실시간 감시는 불가능하다. 고고도 자산은 기상 조건에 민감하고 임무 주기가 제한적이다.

지난해 11월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5호기는 올해 6월 전력화 예정이다. 5기 체계가 완성되면 북한을 하루 2시간 간격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이는 연속적 감시가 아닌 ‘스냅샷’ 방식이다.

북한이 기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장사정포나 미사일을 이동 배치할 경우, 2시간 간격의 감시로는 포착이 어렵다.

군 관계자의 “감시정찰 분야의 공백은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다”는 발언은 이런 기술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한미 공조의 불확실성과 전략적 모순

북한
한국-미국 / 출처 : 연합뉴스

국방부가 반복적으로 미측과 협의를 강조하는 것은 감시 공백을 미국의 정보자산으로 메우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미국의 정찰위성과 신호정보 능력은 우리를 압도한다.

하지만 이는 정보주권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의 전략적 모순이다. 북한은 ‘두 국가 기조’를 명문화하며 사실상 통일 포기를 선언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상태다.

9차 당 대회에서 새 병진노선을 채택해 재래식 전력 강화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감시정찰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전술적 자해 행위에 가깝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 나온다.

결국 9·19 군사합의 복원은 무인기 침투라는 단기 현안에 대한 정치적 해법일 수는 있어도, 중장기 안보 측면에서는 감시 공백과 정보 의존도 심화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김여정의 “적국과의 국경선은 견고해야 한다”는 발언이 역설적으로 우리 감시망의 구멍을 뚫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정치적 제스처와 군사적 실리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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