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잠수함 12척의 거래가 아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은 초기 건조비 60조 원을 훌쩍 넘는 30년짜리 경제 동맹의 서막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직접 전화 통화에 나선 것도, 결전의 시각이 6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해군은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135년 잠수함 건조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함께 숏리스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방산 수출을 넘어선 국가 전략 게임이다. G7 핵심 동맹국의 핵심 플랫폼을 공급한다는 상징성은, 이후 호주·폴란드·중동 등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의 결정적 레퍼런스가 된다.
건조비는 절반도 안 된다…진짜 돈은 MRO에 있다
방위산업에서 무기 체계의 초기 건조 비용은 전체 수명 주기 비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CPSP의 경우 초기 건조에서만 30조~40조 원의 직접 매출이 예상되지만, 그 이후가 본게임이다.
수주에 성공한 국가는 향후 20~30년간 승조원 훈련, 시뮬레이터 구축, 배터리 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중간 성능 개량, 부품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이 장기 군수지원(MRO) 시장에서만 5조~10조 원대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며, 철강·전투체계·소나·특수 배터리를 납품하는 수천여 협력사로의 낙수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파급 가치는 산업계 추정치 기준 최대 100조 원대에 달한다.
핵심광물 공급망 동맹, 잠수함이 열쇠다
캐나다는 세계 3위 니켈 생산국이자 세계 3위 LNG 수출국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코발트까지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반도체·조선 제조 역량을 갖췄지만, 핵심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절실한 구조다.
한국이 캐나다 해군의 핵심 플랫폼 공급자로 자리 잡는 순간, 양국 관계는 단순 무기 거래를 초월한 ‘핵심광물 공급망 동맹’으로 격상될 수 있다. 이재명-카니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에너지 수급 안정이 비중 있게 논의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6월 결전, 독일의 경험 대 한국의 청사진
TKMS는 전 세계 재래식 잠수함 시장의 70% 이상을 공급한 전통의 강자다. NATO 기준 충족 검증 이력과 호주·인도·싱가포르 등 주요 공급 실적은 무시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한국 컨소시엄은 2040년까지 수십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조선·해양·AI를 아우르는 현지 산업 협력 청사진을 내걸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현지 기술 이전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강조하는 만큼, 이 장기 투자 약속이 최종 판정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
60조 원의 잠수함 계약은 시작에 불과하다. 30년 MRO 시장과 핵심광물 공급망, 그리고 글로벌 방산 레퍼런스까지 한꺼번에 걸린 이번 수주전의 결과는 6월,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 궤적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