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장례식도 안 간다”… 5060 경조사 이탈 가속, 모임 문화 ‘균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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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도, 장례식도 빠진다. 단체 카톡방은 조용히 나가고, 오랜 친구 모임도 슬그머니 거른다. 요즘 50·60대 사이에서 인간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차가워진 것이 아니다. 오래 살아보고 나서 비로소 무엇이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지 알게 된 것이다.

고독사 위험군 분석
고독사 위험군 분석 / 연합뉴스

전체 인구 31%, 5060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현재 50대 인구는 약 833만 명, 60대는 약 719만 명으로 합산 1,552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31%에 해당하는 거대한 집단이다.

이 세대가 일제히 ‘인간관계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경조사 문화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결혼식 평균 참석자 수는 2015년 대비 2024년 기준 36%나 감소했다.

1인가구 고독사 위험도
1인가구 고독사 위험도 / 연합뉴스

50대 1인 가구는 2010년 대비 2024년 사이 3배 증가했고, 60대 이상 이혼율은 2015년 대비 40% 증가했다.

가족 구조 자체가 바뀌면서 ‘모임 중심의 삶’을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가 3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많은 5060이 ‘혼자도 괜찮다’는 경험을 체득한 것도 이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나혼자 생활 증가
나혼자 생활 증가 / 뉴스1

감정 에너지는 줄었고, 시간의 무게는 무거워졌다

심리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정서적 선택성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남은 시간이 짧다고 느낄수록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선택적으로 유지하려 한다는 이론이다. 서울대학교 노년학과 이윤경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선택해 관계를 줄인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우울감 지수가 평균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을 선택하는 것’과 ‘고립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5060과 고독사 경보
5060과 고독사 경보 / 뉴스1

젊을 때는 불편해도 맞추고, 힘들어도 참으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 번의 불편한 자리가 며칠간의 피로로 이어지는 경험이 잦아진다. 평균 기대수명이 83.5세인 시대에 법정 정년은 60세로, 은퇴 이후 남은 시간이 평균 23.5년에 달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선택적 고독이냐, 위험한 고립이냐

그러나 이 흐름에는 그늘도 있다. 고독사는 2020년 1,670명에서 2024년 3,211명으로 4년 사이 92%나 급증했고, 그중 50·60대 비율이 약 34%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고령사회 정책 담당자는 “선택적 고독과 강제적 고립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 5060에게 관계 단절은 선택이 아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관계를 줄이는 것이 개인의 자유처럼 보이지만, 사회 안전망의 관점에서는 구멍이 뚫리는 과정일 수 있다.

산업은 이미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홈케어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3년 2조 1,000억 원에서 2026년 3조 2,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50·60대를 겨냥한 1인 여행 패키지는 2024년 대비 48% 증가했다. ‘혼자이지만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5060이 관계를 줄이는 것은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의무로만 이어온 관계의 피로를 걷어내고, 진짜 편안한 삶의 기준을 새로 세우는 과정이다. 다만 그 선택이 진정한 자유가 되려면, 개인의 결단만큼이나 사회의 촘촘한 안전망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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