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철수로 북러 밀착 소강상태
우크라전 종전 협상 본격화 맞물려
러시아 태세 전환 가능성 현실화

러시아가 한국과의 비공개 북핵 협의를 진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 한반도 안보지형 재편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북러 밀착의 상징이던 북한군 파병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자 러시아가 한국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1.5트랙 접촉로 시험한 러시아의 선택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외교부 북핵 관련 당국자가 모스크바에서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북핵담당특임대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지난해 10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한러 북핵 당국자 간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접촉은 반관반민 형식인 ‘1.5트랙’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측은 한국 외교부 대표단이 에너지·안보센터의 학술 초청으로 방문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외교 당국이 민간을 활용해 비공식 협의를 하는 전형적인 외교 관례다.
北 파병 정리와 종전 협상, 두 변수의 교차점

러시아의 이번 움직임은 북한군 파병 국면이 상당 부분 정리된 것과 맞물려 있다.
최소 1만 명 이상의 규모로 파병된 북한군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며, 현재는 대부분 병력이 본국으로 귀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12월 초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의 크렘린 방문 이후 미러 간 종전안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전선 기준 휴전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北 의식한 부인, 역설적 확인 신호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한러 접촉 보도를 “서투른 조작”이라 강하게 비난하며 북한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훼손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오히려 북한을 의식한 외교적 제스처로 해석한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이사연구센터장은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은 역설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학술 초청이라면 러시아는 만남의 급을 따지기 때문에 우리 측 당국자가 갈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외교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방의 제재로 유럽과의 경제협력이 사실상 단절된 러시아에게 한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도 유럽 국가와는 더 이상 유의미한 경제 관계를 맺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이 경제 협력의 중요 파트너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 역학관계 변화 예고

외교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한러 관계 복원 과정에서 러시아 측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내년 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당장은 한러관계의 급격한 진전이나 북러관계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러시아의 ‘태세 전환’을 예상하게 하는 동향이 감지되면서 우크라전 종전 이후 한반도 주변 역학관계에도 빠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