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1억짜리 사업에 전원 탈락”… 모두 ‘불합격’ 초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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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산 4,651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사업에서 참여업체 전원이 탈락했다. 그것도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3개 업체 모두 군의 시험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이 첫 관문에서 초유의 전원 불합격 사태를 맞으며 전면 재검토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구절벽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던 AI 기반 무인 경계 전환 계획이, 정작 현장에서는 ‘반쪽짜리 첨단’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제동이 걸린 것이다.

병력감축 연계 GOP 토론
병력감축 연계 GOP 토론 / 연합뉴스

이 사태는 단순한 조달 실패가 아니다. 병력 감축과 기술 신뢰성이라는 두 가지 국방의 핵심 과제가 정면충돌한 결과물이다.

기계를 믿지 못해 사람이 쫓아다니는 역설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의 도입 취지는 명확했다. 줄어드는 병력을 카메라와 감지 센서로 대체해, 현장 병사의 감시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렀다.

GOP 병력감축과 경계 태세
GOP 병력감축과 경계 태세 / 연합뉴스

야생동물의 이동이나 강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도 센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루에도 수차례 오경보가 발생했다. 문제는 경보가 울릴 때마다 초동조치조가 현장에 나가 맨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관련 군사 학술논문들조차 현행 시스템 운용에는 방대한 매뉴얼과 숙련된 운용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사람 없어서 기계 들였더니, 이제 기계 시중을 든다”는 현장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이 상황을 단적으로 요약한다.

3단계 병력감축 논의
3단계 병력감축 논의 / 뉴스1

22,000명에서 6,000명으로…감축 압박이 만든 이중고

GOP 경계 병력을 현재의 22,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은 국방부가 제시한 방향이다. 72.7%에 달하는 대규모 감축으로, 저출산이 심화되는 2026년 현재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다.

문제는 완성도가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에 이 감축 계획을 얹을 경우다. 줄어든 소수의 병사가 본연의 경계 작전에 더해 오작동 장비 보수와 오경보 대응까지 이중으로 떠안게 된다. 이는 최전방 경계 공백이라는 치명적인 안보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노후 경계시스템 개선
노후 경계시스템 개선 / 뉴스1

경계 개념도 이미 전환되고 있다. 과거 철책선 침범 자체를 경계 실패로 간주하던 기준에서, 이제는 책임지역 내 신속 추격과 차단·섬멸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고정식 경계에서 기동형 대응으로의 전환은 곧 과학화 시스템의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탈락은 실패인가, 단호한 방어선인가

이번 전원 탈락 사태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4,651억 원 규모 사업의 첫 관문 붕괴는 분명한 행정적 타격이지만, 동시에 부실한 장비 도입을 원천 차단한 군 당국의 단호한 결단으로도 읽힌다. 미완성 AI 시스템이 실전 배치됐을 때 발생할 안보 공백의 피해가 예산 낭비보다 훨씬 크다는 위험 판단이 작동한 셈이다.

현장 병사의 피로화를 가중시키는 반쪽짜리 첨단 장비 대신, 군의 엄격한 작전 요구 성능을 온전히 입증한 시스템만이 철책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이번 결정을 뒷받침한다. 재입찰을 통해 GOP 과학화경계가 진정한 의미의 AI 방패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안보 전문가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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