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21 양산 1호기가 공개된 지난달 25일, 방산업계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하는 898억원 규모의 6세대 전투기 브릿지 기술개발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4.5세대 KF-21의 성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메시지다.
한국이 선택한 전략은 전례가 없다. 미국과 유럽이 4→5→6세대로 순차 개발한 것과 달리, 한국은 4.5세대에서 5세대를 건너뛰고 6세대로 직행한다.
2040년대 중반 한국이 5세대 개발에 착수할 때 선진국은 이미 6세대를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추격 전략으로는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기술 간극이다. KF-21 개발 당시 미국은 AESA 레이더 등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스텔스 설계·소재·전자·제조 기술은 선진국이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품목이다.
6세대 전투기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이기 때문에, 독자 개발만이 유일한 길이다.
스텔스·내부무장창·광대역 레이더… 세 과제에 898억

ADD가 산업계와 추진하는 브릿지 사업은 세 가지 기술 과제로 구성된다.
첫째, RCS(레이더 반사면적) 제어를 위한 스텔스 기반기술에 400억원이 투입된다. 전파흡수 기술과 복합소재를 융합해 기체 경량화와 RCS 감소를 동시에 구현하는 게 목표다.
광학계·캐노피·안테나를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RCS 점검 장치까지 개발한다.
둘째, 스텔스 기체구조 설계 및 통합 검증 기술에 498억원이 배정됐다. KF-21에 없는 내부무장창과 추력편향 엔진 노즐 형상이 핵심이다. 내부무장창은 구조 강도·공력·스텔스가 조화를 이뤄야 실효성을 갖는다.
다만 KF-21에 쓰는 미국 GE F-414 엔진으로는 노즐 설계에 제약이 따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 중인 국산 항공엔진 개발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항공용 복합소재 및 저피탐 센서 기술 개발이다. 여기엔 광대역 AESA 레이더 제작이 포함된다. 기존 AESA가 피아노 건반 88개 중 10개를 쓴다면, 광대역 AESA는 50~60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넓은 주파수 범위를 빠르게 전환하며 스텔스기에서 나오는 전자 신호를 포착하고, 적의 전파방해도 회피한다. 레이더·통신·전자전 안테나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어 스텔스 성능 향상에 결정적이다.
따로 만들고 하나로 합친다… 실기체 검증이 목표

세 가지 과제는 개별 개발 후 실기체급 테스트베드에 통합돼 시스템 단위 스텔스 성능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이 브릿지의 핵심이다.
산학연에 흩어진 스텔스 기술을 하나로 묶고, 6세대 전투기 제작 능력을 사전 검증하는 것이다. 군 당국이 차세대 전투기 소요결정을 하면 신속한 전력화를 추진할 수 있다.
글로벌 6세대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 보잉은 수직꼬리날개가 없는 F-47을 개발 중이고, 영국·이탈리아·일본은 GCAP을, 프랑스는 FCAS를 추진한다.
6세대 필수 요소는 멀티스펙트럼 스텔스, 지향성 에너지 무기, AI 기술, 양자암호통신, 유무인 복합체계다. 한국은 2021년부터 AI 기술, 무인기 연계, 레이저 무기를 선도적으로 연구해왔다.
898억원 브릿지 사업은 향후 20년 규모의 6세대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 실험 단계다. KF-21의 성공이 6세대 개발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임을 보여준다.
2026년부터 2032년까지 KF-21 120대를 실전 배치하는 동안, 한국은 2040년대 중반을 향한 긴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추격이 아닌 도약, 그것이 한국이 선택한 길이다.




















개발을 추진하는 연구원들에게 영감이 깃들기를 두손모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