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와 20억 규모 합의서
2040년까지 1000대 교체
중국·러시아 제치고 선택

지난해 12월, 페루 육군 본부에서 한국산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를 도입하는 20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 규모의 총괄 합의서가 체결됐다.
중남미 방산 수출 역사에서 손꼽히는 규모지만, 진짜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다.
페루는 2040년까지 K2 전차 150대, K808 장갑차 280대를 포함해 약 1,000대에 이르는 기갑 전력을 단계적으로 교체하겠다는 장기 청사진을 확정했다.
여기에 3,400톤급 다목적 호위함 공동 건조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 개발 논의까지 진행 중이다.
육·해군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 개편이 한국산 체계를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냉전 시대 T-55 전차와 AMX-13 경전차로 버텨온 페루군이 현재, 왜 한국을 택했는가.
1,000대 기갑 전력, 남미 안보 지형을 흔들다

페루의 결단은 단순 장비 교체를 넘어선다.
칠레는 독일 레오파르트 2 전차를 보유하고 있고, 페루는 그간 구소련제 장비로 버텨왔다. 군사력 격차는 심화됐고, 중국산 장비 도입도 검토했으나 품질 논란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안데스 산악 지형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필요했고, K2 전차의 1,500마력 국산 파워팩과 최고 시속 70km의 기동력이 해답이 됐다.
더 중요한 건 ‘체계 통합’이다. 설계부터 생산, 기술 이전, 군수 지원까지 일괄 제공하는 한국의 원패스 모델은 기존 공급국과 결이 달랐다.
1단계는 한국 생산, 2단계는 현지 조립 및 부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페루는 장기적으로 자주 정비 능력을 갖추고, 한국은 배타적 조달권을 확보하는 윈-윈 구도가 설계됐다.
56톤 vs 36톤, 스펙이 말해주는 현실

현장에서 확인한 페루군 장비는 여전히 T-55(36톤, 520마력)와 AMX-13 경전차였다. 부품 수급은 불안정했고, 정비 체계는 단절적이었다.
장비는 돌아가지만 체계는 이어지지 않는 구조였다. 반면 K2 전차는 56톤급 중량에 1,500마력 엔진을 탑재해 현존 전차용 엔진 중 최고 수준의 출력을 자랑한다.
안데스 산악지형은 고도와 기후 변화가 극심하기 때문에, 엔진 신뢰성과 변속기 내구성은 단순 제원이 아니라 생존성과 직결된다. K808 장갑차 역시 병력 수송과 기동 타격을 동시에 고려한 플랫폼으로, 향후 파생형 확장이 용이하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페루가 주목한 건 스펙이 아니라 납기 준수와 안정적 공급망”이라며 “폴란드, 필리핀에서 입증한 대량 생산 능력이 신뢰의 근거가 됐다”고 분석했다.
수주잔고 30조 돌파, 글로벌 수출 3대 거점 완성

현대로템의 누적 수주잔고는 2025년 말 기준 약 29조 7,735억 원으로 30조 원대에 진입했다.
폴란드 2차 계약(약 8조 7천억 원)에 이어 3차 계약이 2026년 본격 논의 중이고, 루마니아는 약 65억 유로(약 11조 1,700억 원) 규모로 K2 216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라크는 노후 T-72 교체를 위해 K2 250대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페루의 정치적 불안정성, 2040년까지 15년 장기 계약의 예산 지속성, 현지 생산 전환 과정에서의 기술 보호 문제가 그것이다. 업계는 향후 5년 내 2단계 현지화 안착 여부를 분수령으로 본다.
지금은 출발선이다. 페루에서의 성공 사례가 안착하면 남미 전역에서 한국산 체계 표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K2 전차는 이제 단순 수출 품목이 아니라 방산 외교의 전략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행계약 체결을 앞둔 지금, 페루 계약의 성패는 한국 방산의 다음 10년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