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원짜리 USS 제럴드 포드함
30시간 화재… 결국 전선 이탈
첨단 항모의 인프라 부실 민낯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USS 제럴드 포드함이 홍해에서 화재를 겪으며 승조원 600명 이상이 침상을 잃고 바닥에서 잠을 자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2일 세탁실에서 발화한 불길은 30시간이 넘도록 타올랐고, 불은 껐지만 함선은 그리스 크레타섬으로 긴급 수리를 위해 전선을 이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 해군이 자랑하는 최신예 항공모함이 중동 작전 한복판에서 후퇴하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화재 사고 이상의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30시간 화재와 600명의 ‘노숙’ 현실

지난 12일 오후, 포드함의 주요 세탁실에서 시작된 화재는 빠르게 인접 구역으로 번졌다. 승조원들은 30시간 넘게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그 과정에서 600명 이상의 침상이 소실됐다.
현재 이들은 함선 내 바닥과 테이블에서 취침하고 있으며, 세탁실 손상으로 개인 의류 세탁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미 해군은 “추진 체계에 손상이 없으며 항공모함이 완전히 작동한다”며 전투 능력 유지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2명의 승조원이 경미한 부상을 입고 치료 후 복귀했으며, 1명은 함선 밖으로 후송되어 치료 중이다. 무엇보다 600명이 제대로 된 수면 환경을 잃었다는 것은 24시간 가동되는 항공모함의 작전 효율성에 치명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임무 연장과 시설 고장으로 이미 저하된 승조원 사기가 추가로 악화된 사건”으로 규정했다. 단순 화재가 아닌, 장기 배치 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11개월 배치, 베트남전 기록 향하는 강행군

포드함은 2025년 6월 출항 이후 현재 11개월의 장기 배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 해군 부참모장 제임스 킬비 제독은 이 배치가 11개월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베트남전 당시 USS 미드웨이함이 세운 332일(약 11개월) 기록에 육박하는 수치다.
문제는 1960~70년대와 2026년의 항공모함 운영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 항공모함은 더 복잡한 전자 시스템과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어 유지보수 주기가 짧고, 승조원의 기술적 부담도 훨씬 크다.
그럼에도 미 해군은 중동 정세 불안과 병력 공백을 이유로 포드함의 귀환을 계속 미뤄왔다.
특히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며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온 포드함에게 장기 배치는 물리적·정신적 소진을 가속화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전략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지만, 승조원들에게는 그저 끝없는 강행군일 뿐이다.
최신예 항모의 역설, 화장실도 못 고치는 현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포드함이 미 해군 역사상 가장 비싼 항공모함이라는 점이다. 전자기 사출 시스템(EMALS)과 첨단 레이더 체계를 갖춘 포드함은 기술적으로는 최첨단이지만,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 함대 전력사령부에 따르면 포드함은 하루 평균 1건의 하수 관련 유지보수 요청을 받아왔으며, 화장실 고장은 일상화됐다.
4,500명의 승조원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배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 불편함을 넘어 위생과 건강 문제로 직결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 해군이 첨단 무기 체계 개발에만 집중한 나머지, 승조원의 생활 환경과 장기 운영 안정성을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포드급 항공모함은 초도함 특유의 기술적 결함이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으며, 이번 화재는 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포드함은 그리스 크레타섬 수다 기지에서 최소 1주일 이상 수리를 받은 뒤 다시 중동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하지만 600명의 승조원이 침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화장실은 제대로 고쳐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