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도 예외 없다
AI가 먼저 줄인 건 사무직
고임금 직종이 더 위험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전통적으로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사무직이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섰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감원에 나서면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무직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IT기업, 감원 칼날 ‘사무직’부터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생성형 AI와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업무 방식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며 “향후 몇 년 안에 사무직 인력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직무는 적은 인원으로도 수행이 가능해질 것이며, 다른 형태의 직무에 새로운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현재 약 156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 중 약 35만 명은 관리직이다. AI 기술이 업무 전반에 적용되면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인력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5월 6천여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영업부문을 중심으로 수천 명 규모의 추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감원은 다음 회계연도를 앞두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MS는 AI 인프라 구축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불필요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재편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신규 인력 채용 요청 시 “그 업무를 AI가 수행할 수 없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도록 했고, 외국어 학습 서비스 듀오링고는 AI로 대체 가능한 계약직 채용을 점차 줄이겠다고 밝혔다.
고소득 직종일수록 AI에 더 민감

AI 기술의 발달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고난도 정보 처리까지 가능하게 만들면서, 고임금 전문직들 다수가 영향권에 포함됐다.
오픈AI, 영국 AI 거버넌스센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소득 직종이 AI의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업군으로는 블록체인 엔지니어, 임상 데이터 관리자, 금융 분석가, 홍보 전문가 등이 꼽혔다.
반면, 오토바이 정비사나 석공과 같은 직종은 AI 도입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대니얼 록 교수는 “AI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정보 처리 중심의 고소득 직종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모두 사라지진 않지만 변화는 불가피

AI가 일자리를 전면적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 간의 의견이 갈린다.
구글 AI조직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AI가 기존 직업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술 발전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턴 교수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AI가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힌턴 교수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확률을 10~20%로 본다”며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금부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고숙련 직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자동화를 가속화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기술의 확산은 고용 시장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고임금 사무직이 변화의 타깃이 되면서, 기존 노동시장의 전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니라 지식 노동이 줄어드는 시대, 기술이 만들어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