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결국 혼자” .. 결국 현실이 된 ‘불편한 예감’ 속 중장년층의 ‘뜻밖의 선택’

늙어 병들면 누가 곁에 있을까
가족보다 낯선 이에게 의지하는 현실
고립된 노인들의 생존법이 바뀌고 있다
중장년층
사진 = 연합뉴스

“나이 들면 결국 혼자”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자녀와 배우자가 아닌, 낯선 요양보호사에게 말년을 맡기게 될 것이란 예감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가족 돌봄’의 시대는 저물고 있고, 홀로 맞는 노년의 외로움은 사회 구조와 맞물려 깊어지고 있다.

가족보다 요양보호사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

중장년층
사진 = 연합뉴스

2024년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40대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순간 가장 의지할 사람’으로 ‘요양보호사(39%)’를 꼽은 응답이 1위였다.

배우자는 35%, 본인이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의견은 21%에 불과했고, 자녀에게 의지하겠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남성과 여성 간의 인식 차이도 컸다. 남성 절반 가까이는 배우자를 가장 믿는 존재로 꼽았지만, 여성의 절반은 오히려 요양보호사를 선택했다. 이는 돌봄 역할이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더 많이 기대되어 온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거주 형태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노년층의 고립이 드러났다. 응답자 절반 가까이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돌봄 받기를 원했으며, 노인복지시설을 택한 경우는 7%에 그쳤다.

누군가와 함께 지내기보다 익숙한 공간에서 편안함을 지키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안부를 묻는 한 잔의 건강음료

중장년층
사진 =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1인 가구 고독사 예방을 위해 건강음료 배달 사업을 시행 중이다. 프레시매니저가 매주 세 차례 건강음료를 들고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21년 차 방문판매원 서 씨는 “제가 방문할 때마다 반가워해 주세요. 기다린다는 말씀에 오히려 제가 위로받아요”라며, 배달보다 마음을 전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배달 중 대면이 어려울 경우 음료를 문고리에 걸고 다음 날 확인한다. 음료가 그대로 있으면 즉시 주민센터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혼자 지내온 A 씨는 “구청에서 보내주는 건강음료 덕에 빈혈도 나아졌다”며, 무엇보다 누군가 자신을 챙긴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표현했다.

흙냄새나는 연대, 옥상 텃밭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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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또한 대구의 한 주민센터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옥상 텃밭을 운영 중이다. 방치됐던 옥상은 방울토마토, 상추, 깻잎이 자라는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홀몸노인 일곱 명이 각자 관리하는 텃밭은 그들에게 유일한 하루 일정이자, 대화의 창구가 되어주고 있다.

한 참여자는 “작물 키우는 재미에 외로울 틈이 없다”며, 육체적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이웃과 나누는 대화가 외로움을 덜어줘서 좋다고 웃었다.

돌봄은 이제 개인이 아닌 사회의 몫이다. 제도가 감당하지 못하는 틈새를 민간과 공동체가 채우는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도움’이 아닌 ‘연결된 관심’이다.

누구도 외롭게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하는 힘은, 거창한 대책이 아닌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는 작은 손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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