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풍경이 빛나는 길
열두 굽이 드라이브 보은 말티재
전망대에서 만나는 S자 절경

보은 속리산 말티재는 굽이치는 길이 선사하는 긴장과 설렘, 그리고 정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여행지다. 드라이브와 산책, 그리고 전망대가 이어진 이곳은 단순한 도로가 아닌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길로 기억된다.
“굽이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달라서, 마치 영화 속 장면을 연속으로 보고 있는 듯했어요.”
한 바이크 동호인 정 씨는 말티재를 오르며 도로와 숲이 만들어내는 파노라마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는 정상에서 내려다본 S자 곡선이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작품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 경험은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달릴 때 비로소 보이는 말티재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드라이브 코스와 전망대, 그리고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이 길의 다양한 얼굴을 살펴본다.
열두 굽이가 빚어내는 드라이브의 묘미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속리산로 1056에 위치한 말티재 전망대로 가는 길은 약 3km에 걸친 12번의 굽잇길로 시작된다. 경사가 가파르면서도 리듬감 있는 곡선은 드라이버에게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안긴다.
엔진의 낮은 울림과 타이어의 마찰음이 숲속에서 메아리치며, 길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자연은 소리와 색으로 화답한다. 창문을 열면 계절의 냄새가 한껏 스며들며, 여름에는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그 길을 물들인다.
특히 붉게 물드는 가을철에는 굽이마다 새로운 장면이 연출돼, 직선 도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드라마틱한 풍경이 이어진다. 핸들을 돌릴 때마다 달라지는 시야는 마치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길은 속도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천천히 달릴수록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말티재는 단순한 도로가 아닌 여행의 무대가 된다.
정상에서 만나는 S자 절경

굽이굽이 도로를 지나 도착한 해발 430m 말티재 전망대는 2020년 문을 연 새로운 명소다. 나뭇잎을 형상화한 나선형 구조의 건축물은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다.
전망대 끝자락에 서면 방금 달려온 12굽이 길이 발아래로 펼쳐지며, 울창한 숲이 도로를 감싸 안은 장면은 한 폭의 풍경화와 같다.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곡선을 그리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말이면, 붉고 노란 숲이 도로를 따라 물결처럼 번지며 환상적인 장면이 완성된다. 최대 70명까지 수용 가능한 전망대에서 카메라에 담는 사진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로 운영되는 이곳은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여행지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이 열려 누구나 쉽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역사와 이야기가 스며든 길

말티재는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를 넘어, 왕의 행차가 지나간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조선 세조가 피부병 치료를 위해 속리산 복천암으로 향할 때, 험준한 고개 앞에서 말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일화에서 ‘말티재’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고려 태조 왕건 또한 이 길을 지나갔다는 기록이 전하며, 말티재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다.
2004년 터널이 개통되면서 이 길은 본래의 교통 기능에서 벗어났지만, 대신 본연의 풍경과 이야기를 담은 관광 도로로 다시 태어났다. 효율성보다 아름다움과 기억을 선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굽잇길은 초보 운전자에게는 다소 도전적일 수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면 누구라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오늘만큼은 내비게이션의 지름길을 무시하고, 옛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몸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보정은 적당히.. 포토샵 너무 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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