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돈인 줄 알고 썼는데”… 빗썸 코인 판 86명, 졸지에 ‘빚더미’ 앉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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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이 갑자기 수억원으로?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130억원 회수 아직… 처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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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랜덤박스 이벤트로 2천원을 받을 예정이었던 고객이 갑자기 수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았다면? 그리고 그것을 팔아 현금화했다면 어떻게 될까.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법적 쟁점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지급하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초유의 사고를 냈다.

사고 인지까지 걸린 시간은 단 35분에 불과했으나, 이 짧은 시간 동안 86명의 당첨자가 비트코인 1,788개를 발 빠르게 처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들이 매도한 비트코인 중 대부분은 원화나 다른 코인 형태로 회수됐지만, 2월 7일 새벽 기준 비트코인 125개 상당(약 130억원 규모)은 아직 되찾지 못한 상태다.

특히 수십 명이 본인 은행 계좌로 30억원가량을 출금했고, 나머지 100억원은 알트코인 등을 재매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당이득 반환은 명백”… 민사상 책임 피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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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 출처 : 연합뉴스

법조계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고를 일종의 ‘착오 송금’과 유사한 경우로 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빗썸이 이벤트로 1인당 2천원씩 당첨금을 주겠다고 명확히 고지한 만큼 부당이득 반환 대상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반환 방식이다. 이 원장은 “원물, 즉 실물 비트코인으로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코인을 판 사람들은 재앙적이고 불안정한 위치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매도 당시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물 반환 시 거액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고 당시 급락했던 비트코인 가격(8,111만원)은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당첨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빗썸이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해당 고객들은 비트코인을 판 돈을 모두 토해낼 뿐 아니라 빗썸 측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첨금 규모를 명시한 상황에서 거액의 비트코인을 받은 당첨자 본인이 이를 부당이득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며 “민사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형사 처벌은 ‘글쎄’… 2021년 무죄 판례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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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 출처 : 연합뉴스

민사 책임과 달리 형사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결정적 변수는 2021년 12월 대법원 판례다. 당시 대법원은 잘못 송금된 비트코인 14억원어치를 본인 계정으로 이체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가상자산이 법률상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당시 법원은 가상자산을 형법상 ‘재물’로 보지 않았다”며 “이후의 사회적 인식 변화나 법·제도 정비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달리 판단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가상자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기반은 크게 발전했다.

빗썸은 현재 비트코인을 즉시 처분한 고객들과 일대일로 접촉해 반환을 설득하고 있으며, 반환 요청을 거절할 경우에 대비해 법적 대응도 물밑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생 피해 속출… 금융당국 전수조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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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사고는 직접적인 오지급 피해를 넘어 연쇄적 파장을 일으켰다.

1,788개의 비트코인이 단기간에 시장에 쏟아지면서 빗썸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거래소 대비 10% 이상 급락(8,100만원대)했고, 이는 렌딩 서비스 이용자들의 강제청산으로 이어졌다.

빗썸의 렌딩 서비스는 담보 가상자산 가치의 최대 85~90%를 다른 코인으로 대출해주는 구조인데, 비트코인 급락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64개 계좌에서 최소 수억원의 강제청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빗썸은 이에 대해 매도 차익 전액과 10% 추가 보상, 7일간 전체 종목 거래수수료 면제 등의 보상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긴급대응반을 구성해 빗썸에 대한 즉시 점검에 나섰으며, 여타 거래소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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