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운명 걸렸는데 “그럴 수도 아닐 수도”… ‘딴소리’하는 정부, 대체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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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국방부 엇갈린 답변
한미동맹 압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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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조현 외교부 장관이 “파병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라며 모호한 답변을 남긴 지 몇 시간 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공식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같은 날 국회에 출석한 두 장관의 엇갈린 입장은 단순한 부처 간 소통 부재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로 공개 압박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외교적 부담과 법적 제약 사이에서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보내길 바란다”고 적은 후, 한국 정부는 미묘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SNS 메시지는 ‘공식 요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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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 / 출처 : 연합뉴스

국방부 장관은 “공식 요청의 기준은 문서 접수 또는 양국 국방장관 간 협의”라고 말했다. SNS 게시물은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외교부 장관의 “답변 곤란” 발언은 사실상 미국과의 비공식 소통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루비오 국무장관이 먼저 요청한 통화에서 호르무즈 안전을 언급한 것은 SNS 메시지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하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 같은 구체적인 다국적 협력 방안을 내놓으며 공식 파병을 요청할 경우다.

이미 영국은 “확전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고, 중국은 “각국은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정면 대응했다.

트럼프가 주요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압박한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일 수는 없다.

아덴만 해적 퇴치와 다른 ‘전쟁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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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 출처 : 연합뉴스

군사적 측면에서 호르무즈 파병은 기존 청해부대 임무와 질적으로 다르다. 안규백 장관은 “아덴만은 우리 상선 보호와 해적 퇴치가 주 임무인데, 호르무즈 해협은 실질적인 전쟁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아덴만에 파병된 대조영함은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전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게 국방부의 평가다.

이는 파병 결정 시 헌법 60조 2항에 따른 국회 동의가 필수가 됨을 의미한다. 동 조항은 “국군을 외국에 파견하거나 외국군대를 대한민국 영역 안에 주둔하게 하는 데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야당이 다수인 현 국회 구성상 파병 동의안 통과는 정치적 격전이 예상된다. 외교부의 모호한 답변은 이런 국내 정치적 장애물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동맹 압박과 헌법 사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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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지금 삼중 딜레마에 직면했다.

첫째, 한미동맹 관리 차원에서 트럼프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렵다.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상, “부담 공유”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 35%라는 에너지 안보 현실이 있다. 중국(90%), 일본(95%)보다는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셋째, 헌법적 제약과 국내 여론이다. 전쟁 상황 파병에 국회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외교부 당국자가 “외교적 소통은 1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과정”이라며 시간을 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구체적인 파병 규모와 임무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답을 유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한국 정부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미국이 공식 요청을 하면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는 정치적 격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압박이 이어지는 동안, 정부의 고심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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