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원 넘는 연금 수령 부부 등장
국민연금, 함께해야 더 강하다

매달 543만 원의 연금을 받으며 풍요로운 노후를 누리는 부부가 나타났다. 국민연금만으로 일반 직장인 월급의 60%를 넘는 수입을 얻는 이들, 도대체 어떤 준비를 해온 것일까?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 부부가 합산 기준으로 매달 542만7천630원을 수령하면서 국민연금 수급 최고액을 경신했다.
이는 국민연금연구원이 제시한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월 296만 9천 원)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부부가 이른바 ‘국민연금 3종 세트’를 완벽히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부터 30년 가까이 장기 가입했고, 고소득 시기를 활용해 높은 보험료를 납부했으며, 수령 시기까지 전략적으로 5년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장기 가입자만 누릴 수 있는 혜택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부터 꾸준히 가입한 이 부부는 각각 27년 9개월(남편), 28년 8개월(아내)의 긴 가입 경력을 자랑한다. 두 사람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은 약 1억7천만 원에 달한다.
특히 제도 초창기 가입자였던 만큼,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소득대체율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에는 40년 가입 기준으로 생애 평균소득의 70%를 연금으로 지급받는 구조였으나, 현재는 두 차례 개편을 거쳐 41.5% 수준으로 낮아졌다.
즉,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는 똑같은 연금액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일찍 시작하고 오래 유지하는 전략이 핵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5년 연기’가 만든 기적 같은 차이

이 부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치인 5년까지 늦췄다는 점이다.
남편은 2017년부터 받을 수 있었던 연금을 2022년으로 미루며 수령액을 약 75만 원가량 끌어올렸고, 아내 역시 2019년 수령 예정이던 연금을 2024년부터 받기 시작하면서 첫 달 수령액이 276만 원대로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연금 수령을 1년 연기할 때마다 연 7.2%, 최대 5년 연기 시 36%까지 수령액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무작정 연기하기보다는 자신의 건강상태와 예상 수명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준비하면 시너지가 크다

국민연금 수급자 가운데 부부가 함께 연금을 받는 경우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말 35만 5천 쌍이던 부부 수급자는 2024년 말에는 78만 3천 쌍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1월 기준으로는 79만 2천 쌍에 육박한다.
이처럼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에 가입해 각자 수령하게 되면 안정적인 노후 설계가 가능하다. 실제로 수급자 부부의 월평균 합산 수령액은 111만원 수준으로, 단일 수급자보다 노후 대비에 훨씬 유리하다.
다만, 둘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는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단, 자신의 노령연금을 선택할 경우 유족연금의 일부(30%)를 추가로 받을 수 있어, 개인 상황에 맞는 선택이 필요하다.
현실은 아직 녹록지 않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이 부부처럼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대략 월 67만 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연금만으로는 적정한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국민연금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장기 가입과 제도 활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금의 선택이 30년 뒤 노후를 결정짓는다. 하루라도 빨리,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결국 인생 후반전을 풍요롭게 만드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