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열, 9년 만에 국내 송환
필리핀 교도소 철창 안에서도 매달 300억 원대의 마약을 국내에 뿌리던 남자가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왕열(48)이 2026년 3월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그런데 공항에서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사과도, 해명도 아니었다. 특정 인물을 향해 내뱉은 “너는 남자도 아녀”라는 도발이었다.
9년의 도주, 22일 만에 끝난 숨바꼭질
박왕열은 텔레그램에서 닉네임 ‘전세계’로 활동하며 대규모 마약 유통망을 구축한 인물이다. 2016년 10월에는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돼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차례 탈옥 끝에 2020년 필리핀 당국에 재검거됐으나, 2022년 10월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 마약 유통을 원격 조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는 2018년부터 박왕열의 국외 인도를 요청해왔지만, 필리핀 측의 현지 사법 절차 완료 조건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송환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직접 임시 인도를 요청하면서 실현됐다.
요청 후 불과 22일 만에 전격 송환이 이뤄진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초국가범죄 근절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수감 중 호화 생활…월 300억 원대 마약 유통의 실체
박왕열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교도소 내에서도 범죄 활동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3년 JT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필리핀 교도소에서 사실상 호화 생활을 누리며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 마약 유통 조직을 원격으로 운영해왔다. 매달 300억 원대 규모의 마약이 그의 지시 아래 한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철창이 범죄의 울타리가 되지 못한 셈이다. 경찰은 박왕열 송환을 계기로 여죄 및 범행 수법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범죄수익을 추적해 환수할 방침이다. 또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 개최도 계획 중이다.
공항의 도발…기자를 향한 “너는 남자도 아녀”
송환 당일 박왕열은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특정 인물과 눈이 마주치자 즉각 “너는 남자도 아녀”라고 발언하며 시선을 고정했다. 해당 인물은 과거 박왕열의 마약 밀매 조직을 직접 추적해 보도했던 기자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왕열은 과거 자신을 취재한 JTBC 제작진을 향해 “죽이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고, 텔레그램 대화에서도 “분명히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를 이용하고 불법 촬영까지 해서 저런 편집으로 뉴스를 보도하냐”, “양심도 없다” 등 취재진을 직접 겨냥한 협박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항에서의 도발 발언은 언론의 집요한 추적이 그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됐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의 국내 송환은 9년에 걸친 국제 공조 수사의 결실이자, 해외에 은신한 조직범죄자도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강력한 경고다.
수감 중에도 멈추지 않은 범죄 활동과 언론을 향한 협박 행위가 어떤 법적 결론에 이를지,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