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는 날개 돋친 듯 팔리지만
귀금속 상가, 손님 발길 ‘뚝’

“이렇게 장사가 안 된 건 IMF 때 이후 처음입니다.”
귀금속 상인 A씨의 한탄은 최근 금값 상승이 가져온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귀금속 시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싸늘하다.
골드바는 투자용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돌반지나 목걸이 같은 가공된 제품은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월 현재 순금 1돈(3.75g) 가격은 57만 5000원으로, 불과 1년 전보다 55% 이상 올랐다.

이러한 금값 고공행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국제 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긴 결과다.
하지만 금값 상승이 모든 이에게 이익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귀금속 상인들, 특히 돌반지와 목걸이 같은 세공품을 판매하는 업주들의 사정은 정반대다.
높은 세공비와 금값 부담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골드바만 불티… 돌반지는 ‘찬밥’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의 상인들은 최근 골드바 판매가 급증했다고 전한다.
한 상인은 “투자 목적으로 골드바를 사려는 손님은 계속 오지만, 돌반지나 액세서리 제품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돌반지 같은 세공품의 가격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치솟았다. 한 돈짜리 돌반지가 60만 원대에 육박하자, 세공품을 찾는 손님은 급감했다.
일부 상점은 아예 진열대에서 돌반지를 치우거나 무게를 줄인 반 돈짜리 제품만 진열하는 상황이다.

반면, 집에 묵혀뒀던 금을 팔려는 손님들은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목걸이나 팔찌를 들고 와 판매가를 묻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상점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무료 감정’, ‘최고가 매입’ 등의 입간판을 내걸고 있다.
금은방 점주들은 “금값 상승으로 골드바 구매자는 크게 늘었지만, 돌반지 판매는 사실상 멈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골드바는 마진이 거의 없는 투자용품이라 큰 이익을 내기 어렵고, 돌반지나 목걸이 같은 세공품을 팔아야 매출이 유지되는데 지금은 이조차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 등은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금값 상승이 오히려 귀금속 상인들에게는 위기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상인은 “지금의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금은 오랜 시간 안전자산으로서 경제 위기 속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금값 상승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되었지만, 귀금속 상인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위기로 다가왔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 한 이 양면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