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 억지로 식사를 끝까지 해야 하는 부담, 이제 젊은 세대는 그 감정 소모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로테이션 소개팅’이 빠르게 확산되며 기존 만남의 문법을 뒤흔들고 있다.
10분짜리 만남, 하루에 12번
로테이션 소개팅은 남녀 5~10명씩 한자리에 모여 10~15분씩 1대 1로 대화를 나눈 뒤 상대를 바꾸는 방식이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로테이션 소개팅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 참가자 임 모 씨(35·남)는 하루 6시간 동안 총 12명의 여성과 대화를 나눴으며, 참가비는 단 3만 원이었다.
기존 소개팅·앱의 한계를 동시에 넘다
로테이션 소개팅의 인기 비결은 두 가지 기존 방식의 단점을 한 번에 극복했다는 데 있다. 1대 1 소개팅의 심리적 부담과 틴더 등 앱의 신원 불명확 문제를 모두 해소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혼인관계증명서·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의무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신원 검증이 이루어진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 모 씨(31·남)는 LG트윈스 팬을 대상으로 한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가했다. 공통 관심사로 모인 참가자들은 야구 포지션에 빗댄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공통 화제가 있어 어색함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전문가 “온라인 만남의 생리, 오프라인으로 이식”
이수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틴더 등 앱에서 조건이 안 맞으면 즉각 걸러내는 온라인 관계 맺기의 방식을 오프라인에 적용한 것”이라며 “앱의 사진 왜곡·도용 문제를 서류 검증으로 극복한 점에서 진화한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이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SNS에서는 와인 파티, 솔로 파티, 며칠간의 합숙형 등 다양한 콘셉트의 로테이션 소개팅 후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으며, 입소문을 타고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성남시 외에도 여러 지자체와 민간 업체가 유사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청년 정책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효율의 이면, 놓치는 것은 없나
다만 전문가들은 잠재적 리스크도 주시한다. 10~15분의 짧은 대화만으로 상대의 됨됨이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고,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선택 과부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류 제출 방식의 신원 검증 역시 실질적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감정 소모를 줄이고 효율적인 관계 맺기를 원하는 MZ세대의 욕구가 만들어낸 새로운 만남의 문화다. 기존 소개팅과 앱 기반 만남의 장점을 결합한 이 모델이 진정한 인연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지, 아니면 관계의 피상화를 가속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