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전체 관계사의 모든 업무에 인공지능(AI)을 전면 도입하는 ‘AI 대전환(AX·AI Transformation)’을 공식 선언했다. 단순한 업무 도구 교체가 아니라, 개발·구매·제조·물류·마케팅·판매·서비스·경영지원 등 8대 업무 전 과정의 프로세스와 조직 DNA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R&D부터 생산·마케팅·지원까지 모든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AI 대전환’ 선언은 그 구체적 실행 계획이 그룹 전체로 확장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장단 50명 ‘부트캠프’…CEO가 직접 혁신안 발표
삼성은 이달 중 전체 관계사 사장단 5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이틀간 ‘AX 부트캠프’를 실시한다. 전체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AI 집중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단순 강의 수강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사 CEO가 AI를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직접 발표하고, 사장단 전원이 그룹 차원의 ‘AX 비전’을 공동 선포한다. 여기에는 “일하는 방식과 마음가짐의 근본적 전환 없이는 어떤 기업도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길 예정이다.
임원 교육도 대규모로 이어진다. 전 관계사 임원 약 2,300명을 대상으로 오는 8월 12일까지 차수별 2박 3일 과정이 삼성전자 인재개발원과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전 직원 교육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된다.
제미나이·챗GPT·클로드 ‘공식 도입’…보안 리스크 관리도 병행

삼성은 이달 중 전체 관계사를 대상으로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한다. 소프트웨어·마케팅 영역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개발·제조 영역까지 AI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미 내부 AI 플랫폼 SIAA(Samsung Integrated Analytics & Agent)를 운영 중이다. 시장 신호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가격 조정·재고 관리 등을 제안하는 이 에이전트형 시스템은 현재 전 세계 약 1,000명의 임원·영업·마케팅 담당자가 사용하고 있으며, 기존에 몇 시간 걸리던 의사결정을 수 초 수준으로 단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생성형 AI의 전면 도입에는 기술 정보 유출 등 보안 리스크도 따른다. 삼성은 정교한 보안 체계와 리스크 통제 구조를 병행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며, 직무 및 조직 특성을 고려한 세부 운영 정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세 번째 대전환’의 파급…의료·금융까지 AX 확산
업계에서는 이번 선언을 삼성이 과거 디지털 전환(DX), 모바일 전환에 이은 ‘세 번째 구조적 전환’으로 포지셔닝한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 관계자도 “디지털 전환, 모바일 전환 등 거대한 변화 속에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이번 ‘AI 대전환’을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도약하는 혁신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계열사 차원의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6월 1일 기존 디지털혁신추진단을 확대 개편해 ‘AX추진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진료·연구·행정 전반의 AI 전환을 총괄하는 이 조직은, 규제와 보안 요건이 가장 까다로운 의료 분야에서도 AX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 계열사 사장단을 한자리에 모아 AI를 ‘IT 프로젝트’가 아닌 ‘경영 혁신 과제’로 격상시킨 점에 주목한다. 다만 대규모 교육이 현장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슬로건과 보고 위주로 흘러갈 경우 조직 피로감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