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초기 게임 개발 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급격히 말라붙고 있다. 2022년 이후 금리 인상과 투자심리 악화로 벤처캐피털(VC)이 후반부 라운드에 쏠리면서, 아이디어와 역량을 갖춘 초기 개발사조차 자금 조달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초기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손을 맞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통해 총 1200억 원 규모의 자펀드 ‘코나 글로벌 아이피 투자조합’을 결성했다고 23일 밝혔다. 문체부가 600억 원, 넥슨이 588억 원, 운용사 코나벤처파트너스가 12억 원을 각각 출자한 이번 펀드는 문화계정 자펀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 넥슨이 별도로 설립한 투자법인 ‘넥슨파트너스’를 통해 13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합산 투자 재원은 약 2500억 원에 달한다.
초기 ‘죽음의 계곡’ 넘을 성장 사다리 설계
이번 펀드의 핵심 설계는 창업 초기인 시드(Seed)부터 시리즈 A 단계까지 집중 투자한 뒤,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 후속 자금을 연속 투입하는 ‘성장 사다리’ 구조다. 정책자금이 리스크가 가장 큰 초기 구간을 완화하면, 넥슨파트너스의 1300억 원이 그 뒤를 잇는 마중물 역할을 맡는다.
투자 대상은 게임 IP를 중심으로 이야기·줄거리 IP, 게임-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 가능한 융합콘텐츠 IP까지 폭넓게 설정됐다. 넥슨은 자신이 직접 퍼블리싱하지 않는 외부 IP에도 투자하는 ‘오픈 생태계’ 모델임을 강조하며, 한국 게임산업 전체를 위한 투자라는 방향성을 내세웠다.
이정헌 넥슨파트너스 대표는 “유망한 개발사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AI 전환기를 계기로 탄생할 차세대 글로벌 IP를 발굴하는 장기 생태계 투자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목표 ‘K-컬처 400조 시대’…구조적 우려도 병존
정부는 이번 펀드를 K-컬처 400조 원 시대 실현을 위한 정책금융 마중물로 규정했다. 김경화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관은 “정책금융으로 콘텐츠 IP 투자 마중물을 조성하고, 민간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콘텐츠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콘텐츠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구조적 우려도 제기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넥슨이 출자자로 직접 참여하는 만큼, 투자 심사 과정에서 넥슨과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투자 성과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보다는 상업성이 검증된 딜에만 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펀드의 또 다른 핵심 배경으로는 AI 전환기의 IP 경쟁이 꼽힌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소규모 팀도 높은 퀄리티의 게임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원천 IP를 초기에 확보하는 것이 산업 주도권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