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전 세계 피자 시장을 호령하던 피자헛이 결국 모회사의 품을 떠난다. 미국 외식기업 얌브랜즈(Yum! Brands)는 16일(현지시간) 피자헛 글로벌 사업을 사모펀드 롱레인지 캐피털에 15억 달러(약 2조3천억 원)에, 중국 사업은 상장 계열사 얌차이나에 12억 달러에 각각 매각한다고 밝혔다.
두 딜을 합산하면 총 2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조 원 규모다. 얌브랜즈 경영진은 이번 매각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66년 역사의 피자헛, 왜 팔리나
피자헛은 1958년 미국 캔자스주에서 문을 열어 1970년대 세계적인 피자 체인으로 성장했다. 1977년 펩시코에 인수됐고, 1997년 KFC·타코벨과 함께 분사된 뒤 2002년 얌브랜즈 체제로 운영돼 왔다.
현재도 피자헛은 108개국에 2만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시스템 매출 128억 달러를 기록 중인 대형 브랜드다. 그러나 얌브랜즈는 수년째 이어진 실적 부진 끝에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서 분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디지털에 뒤처지고, 배달앱에 잠식당하다
피자헛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 실패가 첫손에 꼽힌다. 과거 매장 내 식사와 샐러드바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피자헛은 배달·포장 중심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대형 매장 구조와 높은 고정비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경쟁사 도미노 피자는 2010년대 초반부터 모바일 앱·온라인 주문·실시간 배달 추적 등 디지털 인프라에 선제 투자하며 “피자회사가 아닌 테크기업”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도어대시 등 배달 플랫폼의 확산도 악재로 작용했다. 과거 피자가 ‘대표 배달 음식’으로 통하던 시대와 달리, 소비자 선택지가 치킨·버거·아시안 등으로 대폭 넓어지면서 피자 카테고리 자체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다.
GLP-1 확산까지…피자헛의 설 자리는
여기에 오젬픽·웨고비 등으로 대표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확산이 새로운 장기 리스크로 부상했다. 투자 업계에서는 이 약물이 고칼로리 식품에 대한 소비 심리를 장기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며, 피자헛 같은 전통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를 설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번 매각을 통해 얌브랜즈는 부진 브랜드를 떼어내고 KFC·타코벨 중심의 성장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M&A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인 롱레인지 캐피털이 인수 후 비핵심 매장 정리, 메뉴 리포지셔닝, 디지털 플랫폼 파트너십 등 공격적 구조조정을 통해 밸류업 후 재매각(엑시트)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비용 절감 위주의 단기 수익성 개선이 자칫 브랜드 가치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