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첫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독자 폼팩터’ 기술력 입증 계기
글로벌 시장 향한 교두보 확보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배터리는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폐쇄적인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대규모 공급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5대 완성차 업체인 체리자동차에 독자 폼팩터인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며 기술력과 생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LG엔솔, 중국 ‘철옹성’ 뚫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6일, 체리자동차와 6년간 8GWh 규모의 46시리즈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물량은 약 12만 대 전기차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업계에선 계약 규모가 최소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연간 240만 대를 판매하며 수출만 110만 대를 넘긴 중국의 대표 국영 완성차 기업이다. 이번 계약은 이들의 주력 모델에 LG엔솔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향후 다른 차종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중국 배터리 시장이 자국 업체 중심으로 외국 기업의 진입이 극히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중국자동차배터리혁신연맹(CABIA)에 따르면 현지 시장의 95% 이상을 CATL, BYD 등 자국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수주는 ‘철옹성’이라 불리는 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거둔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이 46시리즈 개발에 나섰지만 이처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곳은 LG엔솔뿐”이라며 “중국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은 향후 프리미엄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도 LG엔솔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46시리즈’로 기술·가격 경쟁력 모두 잡았다

이번 공급 계약의 핵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배터리 ‘46시리즈’가 있다. 이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120㎜의 원통형 셀로, 기존 2170 배터리에 비해 출력은 5배, 용량은 6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공정 단계를 줄여 제조 시간과 비용을 아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그동안 원통형 배터리는 무게와 공간 활용도에서 제약이 있었지만, 셀투팩(CTP) 기술의 발달로 대량 생산과 안정성 면에서 유리한 구조로 진화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는 삼원계(NCM) 소재를 사용해 LFP 배터리에 비해 저온에서도 높은 출력과 충전 효율을 제공하며, 주행거리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LG엔솔 관계자는 “전고체나 나트륨이온 등 차세대 배터리가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46시리즈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 반사이익도 기대

LG에너지솔루션의 이 같은 성과는 단순한 기술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 변화,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산 배터리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LFP 배터리 대부분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그 공백을 한국 배터리 업체가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과 애리조나에 독자 공장을 운영 중이며, GM·스텔란티스 등과의 합작법인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유럽 폴란드 공장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연간 8GWh 규모의 LFP 배터리 생산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반사이익만을 기대하긴 어렵다. 중국이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수출을 통제할 경우, 국내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경제 둔화와 소비 감소 또한 배터리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의 소재 생태계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부담은 필연적으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배터리 업체 출하량 변동성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 향한 교두보, 그 시작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히 한 건의 공급 계약을 넘어서,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했다. 기술력, 생산능력, 글로벌 공급망, 시장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까지, 이번 체리차 수주는 LG엔솔의 독보적 경쟁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는 “우리가 보유한 독자 기술이 전기차 시장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이번 수주를 계기로 전 세계 시장에서 46시리즈의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LG엔솔이 깬 중국 시장의 벽의 의미는 단순한 계약 그 이상이다. 이제 관심은 이들의 다음 파트너가 어디가 될지, 그리고 46시리즈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