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가 104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100조원을 넘긴 역대 네 번째 규모다.
그런데 정부는 “재정 상황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절대 금액은 사상 최악 수준인데 ‘양호한 성적표’라는 주장이 나온 배경엔 반도체와 주식시장이 있었다.
재정경제부가 6일 발표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실질적 나라살림 지표) 적자는 104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117조원, 2020년 112조원, 2024년 104조8천억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크다. 통합재정수지도 46조7천억원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역대급인데 ‘GDP 비율’은 개선

정부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근거는 GDP 대비 비율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9%로 당초 예산(4.2%)보다 0.3%포인트 개선됐다.
황순관 국고실장은 계엄 여파에 따른 내수 위축, 미국발 통상환경 급변 등 대내외 충격 속에서도 적극적 재정 역할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비율 개선의 주역은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었다. 기업 실적 호황으로 법인세가 전년보다 22조1천억원 급증했고, 소득세가 13조원 늘었다.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도 한몫했다.
정부는 “환율 상승으로 명목 GDP가 늘어난 효과도 있지만, 실제 성장 자체가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두 차례 추경으로 AI·반도체에 집중 투자

총세입은 597조9천억원, 총세출은 591조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2조원, 61조6천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지원과 내수 회복에 집중했다.
세계잉여금은 3조2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1천억원 늘었으며, 이 중 828억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3.1조원은 농어촌구조개선·우체국예금 등 특별회계 자체 세입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주택기금의 경우 직접융자 대신 은행 자금을 활용한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기금 지출이 감소했고, 이것도 재정수지 개선에 일부 기여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감하게 쓸 데는 쓰고 아낄 때는 지출구조 효율화로 아끼는 것이 현 재정 기조”라며 “오히려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6년째 3% 넘는 적자” 논란… 재정준칙 도입은 불투명

하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6년 연속 3%를 넘기면서 “재정 관리가 헐거워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적극 재정을 통한 선순환 구조 마련이 목표”라며 반박했지만, 야당과 전문가들은 구조적 적자 체질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준칙 도입 논의와 관련해 황 실장은 “현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면서도 “IMF가 제시한 재정 앵커(목표치) 관련 국회 요구가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재정 건전성 논쟁은 2026년 상반기 세수 실적과 글로벌 경기 변동성에 따라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될지, 미국 관세정책 변화가 수출에 미칠 영향이 어떨지에 따라 올해 결산 역시 적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