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가 761일이나 늦게?”…5대 택배사 하도급 위반 ’3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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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종사자들의 온열질환과 작업 현장 안전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시작된 합동 점검이 주요 택배사들의 불공정 하도급 계약 관행을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국내 5대 택배사가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30억78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전국 단위 물류망을 보유한 상위 5개 사업자 전원이다. 이들은 하도급 관계에 있는 영업점, 운송업자, 터미널 운영사업자와의 계약에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거나 계약서를 제때 발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계약서 미발급 제재 장면
계약서 미발급 제재 장면 / 뉴스1

업체별 과징금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7억5900만원, 한진 6억9600만원, 롯데글로벌로지스 6억3300만원, CJ대한통운 6억1200만원, 로젠 3억7800만원 순이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5개사 중 가장 높은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로젠이 가장 낮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 단위 물류망을 갖춘 상위 5개 택배사업자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현재 시행 중인 계약서 9186건을 전면 검토했으며, 이는 하도급 계약 전반을 망라한 대규모 조사였다.

조사에서 드러난 주요 위반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부당한 특약 설정과 계약서 미발급이다. 특히 계약서 발급 지연 문제는 심각해, 일부 사례에서 최장 761일이나 발급이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납품단가 전가 제재 장면
연합뉴스

계약서가 제때 발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장 사고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부당 특약은 문서상 조항에 불과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고 책임과 비용 부담을 영업점이나 운송업자 쪽으로 이전하는 기능을 한다.

제재를 받은 5개사는 재발방지명령을 받았고, 90일 이내에 문제가 된 특약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다만 심의일 기준으로 이미 신규 계약서 발급을 마친 일부 업체는 수정·삭제 명령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작업현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발견하면서 이뤄졌다. 더 빠르고 저렴한 배송을 향한 시장 압력이 커질수록 비용과 위험이 하위 단계로 전가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이번 제재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과징금이 부과된 이후 실제 계약서와 현장 운영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특약 문구만 수정되고 현장 부담 구조가 그대로라면 배송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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