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된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에서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3월 22일부터 이틀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을 열고 88명의 글로벌 재계 인사를 초청했다.
포럼 주제는 “15차 5개년계획의 중국: 고품질 발전과 새로운 기회 공동 창출”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리창 “공급망 안정 촉진”…美 디커플링 정책에 정면 반박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리창 국무원 총리는 “중국의 산업 경쟁 우위는 보조금과 보호로 얻은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개혁 심화와 혁신에서 나온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안전을 함께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정책을 겨냥한 발언으로 분석한다. 팀 쿡 애플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토탈에너지스, HSBC, 화이자 등 주요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포럼에 참석했다.
반면 지난해 히타치제작소 등 4개사가 참석했던 일본 기업은 올해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악화된 중일 관계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리펑 부총리는 포럼 기간 중 글로벌 CEO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에너지·반도체 공급망, 미·중 패권의 분수령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봉쇄 전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일평균 2,000만 배럴의 석유와 세계 교역량의 20%에 해당하는 천연가스가 운송됐다.
중국은 2024년 기준 전체 석유 수입에서 이란산이 약 13%, 베네수엘라산이 3~4%를 차지했다. 미국이 올해 1월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중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에 동시 타격이 가해졌다.
반면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한 데 이어 한국에 2025년 기준 석유의 17%, 천연가스의 10%를 수출하고 있다.
반도체 전선에서도 미국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보유하고 한국·대만 기업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며 공급망을 강화했다.
중국은 원유 125일분 비축량과 중앙아시아·러시아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으나, 반도체 분야에서는 독자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산제 주임, 80여 명 CEO 중 이재용만 단독 면담

3월 24일 보아오아시아포럼 개막 당일,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 주임이 글로벌 CEO 중 유일하게 이재용 회장과 단독 면담했다.
정 주임은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을 적극적으로 수호하고 호혜·윈윈을 실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방중 기간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 리러청 공업정보화부 부장과도 회동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단독 면담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인 삼성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의존도를 방증한다고 분석한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은 에너지와 함께 핵심 변수로 부상했으며, 이란 전쟁으로 연기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두 이슈를 둘러싼 충돌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