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삼성이 아니라 SK?”… 젠슨 황 소맥 회동에 숨은 AI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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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치킨 회동 장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삼계탕 식당 토속촌 방문 / 연합뉴스

야구장 마운드에서 “치맥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외친 뒤, 그날 저녁 치킨집에서 소맥 러브샷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이번 방한에서 보여준 행보는 단순한 ‘먹방’이 아니었다. 그 자리엔 SK·LG·네이버 총수가 함께했고, 엔비디아의 AI R&D 센터 설립 선언이 뒤따랐다.

하루에 치킨 두 번… ‘크런치 순살’ 113마리의 무게

6월 7일 오후 5시,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홈경기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 황 CEO는 곧장 엔비디아 단체 관람석으로 향했다. 그가 집어 든 것은 BBQ의 ‘크런치 순살 크래커’였다. 엔비디아 측은 잠실야구장 BBQ 매장에 해당 메뉴를 113마리(박스), 총 226만 원어치를 단체 주문했다. BBQ는 본사 직원까지 현장에 투입해 조리를 지원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황 CEO는 경기 관람을 마치자마자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테이블엔 생맥주, 켈리·카스 병맥주, 진로·참이슬·처음처럼 소주가 나란히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소맥 러브샷을 나눈 뒤, 황 CEO는 가게 밖으로 직접 치킨 2마리를 들고 나와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야구장에서 이미 치킨을 먹은 지 불과 두 시간 만이었다.

‘불금’ 홍대에서 삼성동까지… K-회식이 AI 동맹을 덮다

이틀 전인 6월 5일 방한 첫날, 황 CEO의 동선은 더욱 촘촘했다. 오후 7시 마포구 서교동 삼겹살 전문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저녁 회동을 시작한 그는 약 2시간 뒤 200m 거리의 BBQ 홍대입구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 CEO 부인과 딸 매디슨, 딸의 약혼자까지 합류한 ‘가족 포함 치킨 회동’이었다.

깐부회동 현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비비큐(BBQ) 홍대입구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방문의 파급력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BBQ는 홍대입구점의 금·토요일 매출이 전주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IT 아이콘 한 명의 방문이 이틀 새 매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황 CEO는 관람석에서 팔도 비락식혜, 해태htb 포도봉봉, 오리온 초코파이를 관중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에서 모티브를 얻은 과자 ‘HBM칩’과 비락식혜를 시민들에게 돌렸다.

‘K-치킨 외교’의 이면… 화제성 뒤에 가려진 AI 동맹의 실체

황 CEO는 지난해 10월 방한 때도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가졌다. 이번 방한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최태원 회장과 재회동을 가지며 패턴을 반복했다. 그는 이번 방한 중 정의선 회장과 평양냉면 회동을,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NC소프트 김택진 대표와는 PC방에서 게임·AI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동석 인물들의 면면은 우연이 아니다. SK하이닉스(HBM 메모리), 삼성전자(파운드리·반도체), 현대차(자율주행·모빌리티), 네이버(클라우드·생성형 AI), LG(가전·로봇)는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 파트너군과 정확히 겹친다. 황 CEO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 기쁘다, 축하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밝혔으며, 한국에 엔비디아 AI R&D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공식 언급했다. 구체적인 규모와 위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황 CEO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공식 석상에서 “왜 한국 치킨이 세계 최고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라고 말해온 자칭 ‘K-치킨 마니아’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의 한국식 호프집 ’99치킨’을 단골로 삼아왔다.

치킨과 소맥, 러브샷과 간식 나눔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장면들은 대중에게 ‘허물없는 천재 CEO’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한국 재계와의 밀착된 AI 동맹을 치킨 한 마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K-치킨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외교 무대로 기능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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