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 동시 한국 집중
5촌 관계 경쟁자 CEO들 동시 구애
글로벌 AI 생태계 핵심 파트너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1, 2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같은 시기에 한국을 찾았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AMD 리사 수 CEO는 대만계 미국인이자 5촌 관계지만, 최근 한국에서 경쟁자로 마주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AI 공급망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한다.
리사 수 CEO는 3월 18일 2014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면담했고, 이재용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같은 시각 미국에서는 젠슨 황 CEO가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6을 주재하며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을 공개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부스를 연이어 방문해 “삼성은 세계 최고”, “당신들이 자랑스럽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HBM4 양산이 뒤바꾼 게임의 법칙

두 CEO가 한국에 집중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면서 AI 가속기 시장의 핵심 부품 공급 구조가 재편됐기 때문이다.
HBM은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초고속 메모리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원스톱 반도체 기업이다. 이미 AMD의 5세대 HBM 12단 제품을 공급 중이며, 6세대 HBM4에서도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미국과 대만 중심이던 반도체 비즈니스에서 이제는 한국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5촌 CEO의 동시 구애전, 우연 아닌 필연

리사 수 CEO의 방한이 엔비디아 GTC 2026과 동시에 진행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AMD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2위 기업으로,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격차를 좁히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젠슨 황 CEO 역시 2010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을 찾았고, 지난해 10월 방한에 이어 재차 한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사람이 5촌 관계라는 점도 흥미롭다. 가족 관계임에도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자로, 한국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두고 동시에 움직였다.
젠슨 황 CEO는 지난 방한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호퍼 3LP 칩을 제조 중임을 공개 인정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현대차와 2027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도 발표했다.
반도체 지형도의 중심축 이동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동시 방한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AI 가속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 제조와 파운드리 공정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고, 이 두 영역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뿐만 아니라 최선단 공정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도 제시하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통합 솔루션 구축 등 다층적 협력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HBM3, HBM4 제품을 엔비디아 플랫폼에 적용하며 장기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는 “과거 부품 공급자에 머물렀던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며 “미국 빅테크들이 먼저 찾아오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