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국가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번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파업 현실화 시 공정 중인 웨이퍼 폐기와 협력사 연쇄 타격까지 합산할 경우 최대 100조 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웨이퍼 공정 중단, 왜 치명적인가
반도체 생산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는 한 번 공정을 시작하면 짧게는 수 주, 길게는 4~5개월에 걸쳐 진공·고온·식각·증착 등 연속 화학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공정 도중 라인이 단 며칠이라도 멈추면 해당 웨이퍼는 재작업이 불가능한 불량품으로 전락해 전량 폐기 처리된다.
특히 나노 단위 공정과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 이후 단계에 진입한 웨이퍼는 공정 중단과 동시에 사실상 고철로 변한다. 산업부가 경고한 100조 원은 바로 이 매몰 비용과 이후 생산 차질, 공급망 교란을 합산한 최악의 시나리오 상한치다.
1,700개 협력사,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 1,061개와 2·3차 협력사 693개를 합산하면 약 1,754개사가 삼성전자 반도체 생태계에 묶여 있다. 장비·부품·소재·물류·클린룸 서비스 등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있는 이들 협력사는 삼성전자향 매출 의존도가 높아, 상위 공장이 멈추는 순간 발주와 납품이 연쇄 중단되며 현금흐름이 즉각 경색된다.
하루 생산 차질액만 1조 원으로 추산되며, 18일간 파업이 지속될 경우 20~30조 원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성·평택·기흥·천안 등 반도체 클러스터 지역 상권까지 타격을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피해는 단순한 기업 영업손실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정부 긴급조정권 꺼내들까…갈등 구조 장기화 우려
중앙노동위원회가 사후 조정 회의를 긴급 요청하고 사측도 추가 대화를 제안했지만,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한 개선 없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를 적용하면 약 4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는 작년 주주 배당금 약 11조 원의 4배, 연간 R&D 투자비 약 38조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열어두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동조합은 개시일로부터 30일간 파업을 포함한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다만 노동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최고 수위 수단인 만큼 민간 제조 대기업에 적용할 경우 노동기본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사용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TSMC·마이크론·SK하이닉스로 물량을 전환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단기 1~2주 파업이더라도 고객 이탈에 따른 중장기 비용은 수십조 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