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이혼은 줄고 있는데, 60세 이상 부부의 이혼만 유독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체 이혼 건수는 약 8만8천 건으로 1996년 이후 2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같은 해 부부 모두 60세 이상인 경우의 이혼은 1만3천 건을 훌쩍 넘기며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90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혼보다 더 많이 헤어지는 ’30년 부부’
더 충격적인 수치는 혼인 기간에 있다. 2025년 기준 혼인 기간 30년 이상인 황혼 이혼 건수는 1만5628건으로, 혼인 5년 미만 신혼 이혼(1만4392건)을 1236건 차이로 처음 추월했다.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단 한 번도 역전된 적 없던 이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2018년만 해도 신혼 이혼이 황혼 이혼보다 9629건 더 많았다. 불과 7년 만에 판세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전체 이혼 중 혼인 기간 30년 이상 부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60세 이상 이혼 비중도 2023년 13%대에서 2025년 15%대 중반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금과 부동산이 만든 ‘홀로서기의 조건’
이 현상의 뿌리는 감정이 아니라 경제다. 2025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7% 수준에 육박했고, 은퇴 연령으로 여겨지던 60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40%를 돌파했다.
과거라면 생계 의존 때문에 이혼을 포기했을 60대 여성들이 이제는 독립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받는 여성 수급자는 2025년 말 기준 358만 명을 넘어서며 10년 전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 중 여성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면서, 매달 일정한 현금흐름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여성층이 두텁게 형성됐다.
여기에 더해 혼인 기간 5년 이상 부부가 이혼 시 상대방 연금의 일부를 나눠 받을 수 있는 ‘분할연금 제도’는 장기 혼인 여성에게 최소한의 노후 생계 장치로 작동한다.
부동산 자산도 결정적인 변수다. 1980~90년대 집을 장만한 중장년층은 수차례의 집값 상승기를 거치며 상당한 자산가가 됐다. 이혼 시 재산 분할 절차를 통해 거주 주택을 매각하거나 나누게 되면, 각자 수억 원 수준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계산이 서는 구조다.
인구 고령화가 만든 ‘통계의 역주행’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인구 구조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 2025년 기준 전체 인구 중 50세 이상 비중은 45.14%로, 20년 전인 2005년(23.69%)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이
혼의 ‘모수’ 자체가 고령층에서 급격히 늘어난 반면, 20~30대는 저출산·결혼 기피로 신혼부부 수 자체가 줄면서 신혼 이혼도 6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여성 이혼 상담 4013건 중 60대 이상 비율은 22.1%로, 2005년(5.8%)과 비교해 20년 만에 약 4배 증가했다. 이혼을 결심하기 전 상담 단계에서 이미 60대 여성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가 부동산 보유층에서 재산분할을 활용해 증여세를 우회하려는 위장 이혼이 통계에 일부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또한 황혼 이혼 후 치매나 중증질환 시 돌봄 제공자가 사라지거나, 자녀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문제도 사회적 과제로 남는다.
황혼 이혼의 급증은 단순한 가정불화의 결과물이 아니다. 고령화로 늘어난 60대 인구, 여성의 경제적 자립, 연금·부동산 자산의 팽창이 맞물리며 ‘참고 사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에서 ‘남은 20~30년을 스스로 선택하는 시대’로의 거대한 이행이 통계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