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8만 원 더 비싼데 살 이유 있냐”…기아 타스만, 남아공서 D-Max에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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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들고 글로벌 시장에 나서자마자 거대한 가격 장벽과 마주쳤다.

주요 타깃 시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터줏대감 이스즈 D-Max가 페이스리프트 모델 가격을 5,190만 원대로 틀어막으며 강력한 수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픽업트럭 본고장에서 벌어진 이 가격 대결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다. ‘투박하지만 믿을 수 있는 정통 픽업’과 ‘승용 SUV를 닮은 세련된 신예’ 사이의 철학 전쟁이 현지 소비자의 지갑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타스만 공개형 차량 정면
타스만 공개형 차량 정면 / 연합뉴스

D-Max 페이스리프트, 5천만 원대 가격으로 ‘진지 구축’

이스즈 D-Max 페이스리프트 더블캡 기본형의 남아공 현지 출시 가격은 57만 4,010랜드, 우리 돈 약 5,190만 원이다. 1.9리터와 3.0리터 두 가지 터보 디젤 파워트레인에 이륜구동과 사륜구동 조합을 폭넓게 지원하며, 유럽 기준 연비는 100km당 7.0~8.1리터로 대형 픽업치고는 준수한 수준이다.

오랜 기간 남아공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며 쌓아온 촘촘한 정비·AS 네트워크는 D-Max의 숨겨진 핵심 자산이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5년 또는 12만km 보증과 5년 또는 9만km 서비스 플랜을 기본 제공하며, ‘험하게 굴려도 유지비 예측이 가능한 차’라는 이미지를 한층 강화했다. 전면부 그릴 디자인을 다듬고 실내 편의성을 개선했지만 가격은 억누르는, 전형적인 가성비 방어 전략이다.

타스만 세계 최초 공개
타스만 세계 최초 공개 / 연합뉴스

타스만, 958만 원 비싼 값어치 있나…숫자가 말하는 현실

기아 타스만 더블캡 LX 기본형의 현지 가격은 67만 9,995랜드, 약 6,149만 원으로, D-Max 기본형보다 958만 원이나 높다.

최상위 오프로더 트림 간 비교에서도 타스만 X-Pro가 약 9,042만 원인 반면, D-Max V-Cross 4×4는 약 8,580만 원으로 462만 원가량 저렴하다.

단순 견적서만 보면 이스즈의 압승처럼 읽힌다. 그러나 타스만은 ccNC 기반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듀얼 무선 충전, 승용 SUV 수준의 ADAS를 기본으로 갖추며 차별화를 꾀한다.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f·m를 발휘하며 디젤 D-Max 대비 출력과 정숙성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

타스만 실내 기능 강조
타스만 실내 기능 강조 / 뉴스1

X-Pro 오프로드 트림은 252mm의 최소 지상고와 올터레인 타이어를 기본 장착해 험로 공략 능력도 챙겼다. 픽업을 단순한 짐차가 아닌 레저·패밀리 이동 수단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라면, 958만 원이라는 초기 비용 차이가 충분히 납득될 수 있는 구성이다.

‘1,000만 원 프리미엄’…호주 실적이 예고한 녹록지 않은 현실

타스만의 글로벌 시장 초반 성적표는 야심 찬 목표와 온도 차를 보인다. 호주에서 기아는 연간 2만 대 판매, 시장 점유율 약 1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특정 월 판매량이 399대에 그쳤다는 보도가 나오며 업계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 남아공 역시 토요타 하이럭스, 포드 레인저, 이스즈 D-Max라는 현지화된 강자들이 촘촘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신참 타스만이 플릿·상용 수요를 파고들기 쉽지 않은 구조다.

X-Pro 전시장 전시 장면
X-Pro 전시장 전시 장면 / 뉴스1

업계 일각에서는 타스만을 단기 볼륨보다 장기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전략 차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가격 저항을 낮추기 위한 현실적인 카드로는 상용 특화 엔트리 트림 추가, 플릿·법인 대상 특별 구매 조건, 그리고 현지 수요가 강한 디젤 라인업 강화가 거론된다.

타스만은 이제 막 혹독한 글로벌 픽업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스즈 D-Max의 공격적인 가격 방어전은 기아가 앞으로 뚫어야 할 수많은 장벽의 서막에 불과하다. 화제성을 실판매량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아의 다음 전략, 특히 현지화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과 가격 정책의 정밀한 조율 여부가 타스만의 글로벌 픽업 도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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