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록, 삼성전자 주문 증산 요청
TSMC 아닌 삼성 4나노 선택
구형 8나노까지 재가동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 그록으로부터 웨이퍼 주문을 기존 9,000장에서 약 15,000장으로 67%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엔비디아가 200억 달러(약 29조원)에 우회 인수한 AI 칩 스타트업 그록이 샘플 단계를 넘어 상용 제품 대량 생산에 돌입하면서, 삼성의 4나노 공정이 글로벌 AI 추론 칩 양산의 핵심 기지로 격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증산 결정을 AI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과 연결 짓는다. 지난 2~3년간 엔비디아 H100·H200 같은 학습용 GPU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학습된 모델을 실제로 구동하는 추론 칩 수요가 폭증하는 중이다.
그록의 칩은 고가의 HBM 대신 전력 효율이 극대화된 SRAM을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며, 오픈AI가 엔비디아 GPU의 ‘추론 부적합성’을 공개 비판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 공백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 독점에 균열… 삼성 선택하며 공급망 다변화

그록은 엔비디아가 독점금지 규제를 회피하려고 ‘비독점 기술 라이선스’ 형태로 우회 인수한 회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추론용 AI 칩 설계를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이들이 TSMC가 아닌 삼성 4나노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변화에 본격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삼성은 단가가 높은 첨단 공정 가동률 상승으로 파운드리 사업부 흑자 폭을 키우는 동시에, TSMC에 몰렸던 글로벌 수주 잔고를 가져올 강력한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형 8나노까지 재가동… RTX 3060 규제 우회 특수

최첨단 공정뿐 아니라 구형 라인에도 예상 밖의 호재가 찾아왔다. 엔비디아가 2년 전 단종했던 게임용 GPU RTX 3060을 삼성 8나노 라인에서 재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최신형 AI 칩의 대중 수출을 철저히 차단하자, 엔비디아는 규제 허가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구형 GPU 판매 확대로 전략을 수정했다. RTX 3060은 게임용으로 분류되지만 AI 개발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모델이다.
삼성의 8나노 생산 능력은 월 3~4만 장 규모로 파운드리 전체 물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신규 공정 투자 부담 없이 기존 설비를 돌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며, 닌텐도 스위치 2용 칩도 동일한 8나노에서 생산 중이라 협력 범위가 최첨단부터 범용 파운드리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엔비디아 마진 한계론 vs 삼성 공급망 관리 능력 평가

다만 엔비디아 2026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9.5% 폭락(시가총액 4,200억 달러 감소)하며 시장에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현재 75% 수준의 총이익률이 블랙웰 단가 상승과 HBM 비용 증가로 압박받을 것”이라며 “높은 마진은 역사적 고점에 도달했고 이제 하락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내년에도 엔비디아 칩에 의존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구글 TPU, 메타의 AMD 협력 등 대안이 속속 등장하는 점도 변수다.
반면 삼성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기회로 작용한다. 업계는 삼성이 최첨단 4나노와 범용 8나노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공급망 관리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환기에, 삼성 파운드리가 TSMC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내며 입지를 다지는 중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