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 금융 시스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금이 180조 4,891억원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분기 대비 증가폭은 9조 8,000억원으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컸다.
증권사, 빚투 재원 마련에 제2금융권 집중 의존
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단기 운전자금에서 나왔다. 운전자금 대출은 137조 8,6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4% 늘어난 반면, 시설자금 대출은 0.8% 증가에 그쳤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새마을금고·상호금융·신협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이른바 제2금융권의 역할이다. 1분기 비은행 금융·보험업 대출 잔액은 90조 3,4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조 601억원 급증했다. 이는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체 금융·보험업 대출에서 비은행의 비중은 50.1%로,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다시 50%를 넘어섰다. 증권사 레버리지의 절반 이상을 제2금융권이 떠받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신용융자 잔고 36조 돌파…’빚투’ 사이클 고점 경고음
빚투의 실태는 신용거래융자 잔고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올해 1분기 1일 평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 126억원으로, 평균 기준 처음으로 30조원 선을 돌파했다. 5월 기준으로는 36조원을 넘어섰다.
AI·반도체 등 메가테마 장세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가운데, 과거 2021년 코로나 유동성 장세 당시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국면이 재현되고 있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당시와 달리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금리+빚투’라는 이중 부담이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금감원 긴급 소집…제2금융권 집중 리스크 ‘경계’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들을 소집해 신용융자 급증 상황을 점검하고 레버리지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통상 이런 자리에서는 신용공여 한도와 담보비율, 반대매매 관리 체계 등을 보고받고 자율 규제 강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권에서는 주가 급락 시 신용담보 부족 → 반대매매 연쇄 발생 → 대출 부실화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를 우려한다. 특히 제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유동성·자본 버퍼가 약해,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시스템 리스크의 핵심 취약 고리로 지목된다. 금융 당국의 규제 대응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자본시장 활성화와 리스크 관리 사이의 정책 균형이 당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