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개인투자자(서학개미)들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 직후 이틀 만에 1조7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단일 종목에 쏟아부었다.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처분하고 그 자금으로 우주 테마를 집중 매수하는 이른바 ‘섹터 로테이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스페이스X 이틀간(6월 12일·15일) 누적 순매수액은 11억4280만 달러(약 1조7422억 원)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단일 종목 기준으로 이례적 규모라고 평가한다.
상장 첫날 1.2조, 둘째 날도 순매수 1위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공모가 135달러로 나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서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토스증권 등 국내 11개 증권사 집계 기준 약 1조2346억 원에 달했다.
상장 둘째 날인 15일에도 순매수 흐름은 이어졌다. 이날 개인 순매수액은 3억4687만 달러(5288억 원)로, 매수 3억7655만 달러에 매도는 2968만 달러에 불과했다. 순매수 2위 알파벳(1억5287만 달러)의 두 배 이상이었고, 이날에도 순매수 1위 자리를 지켰다.
주가도 이틀간 가파르게 올랐다. 상장 당일 19.3% 상승한 데 이어 둘째 날도 19.6% 추가 상승하며 이틀간 누적 상승률이 40%를 넘었다. 둘째 날 종가는 192.5달러로 마감했으며, 시가총액은 2조7000억 달러를 돌파해 아마존을 제치고 글로벌 기업 시총 5위에 올라섰다.
‘속슬’ 1조5808억 팔고 우주로 갈아탔다
서학개미의 스페이스X 매수 자금은 반도체 섹터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정방향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속슬'(SOXL)을 10억3695만 달러(1조5808억 원) 순매도했다. 메모리 대표주인 마이크론도 1억520만 달러 이상 내다팔았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스페이스X 잔고는 이미 메타플랫폼(11억7306만 달러)에 이어 3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담은 ‘라운드힐 메모리 ETF'(9억4441만 달러·34위)도 단숨에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쏠림 현상에 대해 일론 머스크 브랜드 효과와 테슬라 투자 경험이 결합된 FOMO(기회를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작동했다고 분석한다. 일본·대만·유럽 개인투자자들까지 동시에 유입되며 글로벌 리테일 자금이 스페이스X 한 종목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