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자산이 8% 가까이 급락한 날, 이를 2배로 추종하는 ETF가 오히려 50% 폭등했다. 상식을 벗어난 이 가격 역전 현상이 수십억 원대 투자자 손실로 직결됐다.
한국거래소는 9일 공시를 통해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 KIWOOM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 등 3개 ETF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적출’했다고 밝혔다. 전날인 6월 8일 장 마감 직전 발생한 이상거래가 원인이다.
이들 종목은 모두 SK하이닉스 주가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고위험 파생형 상품이다. 기초자산이 오르면 수익, 내리면 손실이 2배로 확대되는 구조다.
LP 없는 ‘마지막 10분’…호가 공백이 부른 참사
사건의 진원지는 오후 3시 20분부터 30분까지의 ‘종가 동시호가’ 시간대다. 이 구간에는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LP가 없는 상태에서 매수·매도 호가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졌고, 이때 시장가 매수 주문이 유입되며 고가 체결이 이뤄졌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6월 8일 SK하이닉스 주가가 약 7.68% 하락해 191만1천 원에 마감했음에도,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오히려 약 50% 급등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약 1만6천141원이었으나 실제 체결 가격은 3만 원으로, 괴리율이 약 86%까지 치솟았다.
거래소는 “장 종료 시 실시간 괴리율이 규정상 관리의무 비율의 2배 이상에 해당했다”며 적출 사유를 공식 설명했다.
다음 날 ‘정상화’…하지만 손실은 돌아오지 않았다
9일 개장과 함께 LP의 호가 제출이 재개되자 ETF 가격은 빠르게 정상 수준을 되찾았다. 오전 10시 48분 기준 해당 ETF는 전일 대비 35.95% 하락한 1만9천215원에 거래됐고, 동시 시점 NAV 1만9천198원과의 괴리율은 0.1% 수준으로 수렴했다.
그러나 전날 3만 원에 이 ETF를 매수한 투자자는 하루 만에 약 36%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P 호가 제출이 재개되며 가격이 정상화됐지만, 전날 고가에 매수한 투자자의 손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 구조의 복구와 개별 투자자 피해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도적 허점 수면 위로…”LP 호가 체계 전면 점검”
이번 사건은 단일종목·레버리지·LP 공백 시간대라는 세 가지 위험 요인이 동시에 겹치며 터진 ‘복합 구조 사고’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일반 ETF와 동일한 LP 의무 면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적출된 3개 종목은 향후 10거래일 이내에 다시 적출될 경우 ‘투자유의 종목 지정 예고’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지정이 확정되면 3거래일 단위 단일가 매매가 시행되며 거래정지도 가능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LP 호가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