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받으면 성과급 1.5억
SK하이닉스 역대급 성과급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원이 성과급으로 1억4820만원을 손에 쥐었다. 기본급의 29배가 넘는 금액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5일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경기도 이천시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본사 인근 식당가는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들로 북적였다.
주점 예약판에는 ‘SK’라는 글자가 빼곡했고, “성과급으로 무슨 차를 살지 고민”이라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한 양고기집 사장은 “단체 손님이 많아 일반 손님을 돌려보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번 성과급 잔치는 단순한 보너스 지급을 넘어, AI 반도체 경쟁 시대에 핵심 인재를 붙잡기 위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AI 반도체 특수가 만든 ‘역대급 보상’

SK하이닉스는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률을 2964%로 책정했다. PS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사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다.
2025년 회사의 영업이익이 47조2063억원에 달하면서, PS 재원만 약 4조5000억원이 확보됐다. 이 중 80%인 3조6000억원이 이날 직원들에게 일시 지급됐고, 나머지 20%는 향후 2년에 걸쳐 나눠 지급된다.
이는 기존 지급 한도(기본급의 1000%)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기준으로 삼은 새로운 제도가 적용된 첫 사례다. 지난해 하반기 노사 합의를 통해 향후 10년간 이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역대급 실적의 배경에는 AI 반도체 특수가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장악하며 영업이익률 49%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2026년 영업이익이 100~13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내년에도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성과급이 지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천 상권, ‘성과급 특수’로 들썩

성과급 지급일, 이천시 부발읍은 특수를 맞았다. SK하이닉스 정문 인근에는 ‘SK하이닉스 임직원 VIP 혜택’이라는 아파트 분양 광고가 곳곳에 붙었고, 퇴근하는 직원들이 전단지를 챙겨갔다.
정문에서 50m 이내에만 모델하우스가 두 곳 있었는데, 한 곳은 이미 85%가량 분양이 끝난 상태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침체된 분위기인 다른 지역과 달리 SK하이닉스 본사 주변은 매수세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다만 부발읍 일대 공급 예정 주거는 약 4000가구에 불과해, 임직원 2만명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근 식당가도 활기를 띠었다. 고급 중식당과 일식당은 이미 예약으로 만석이었고, 일부 손님은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중식당 사장은 “며칠 전부터 단체 룸 예약이 전부 찼다”며 “SK하이닉스가 없으면 주변 가게들은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부발읍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1297만원으로 이천시 평균(1097만원)보다 18.2% 높다. SK하이닉스가 지역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의 전초전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급 지급을 단순한 실적 배분이 아닌 장기 전략으로 해석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AI 칩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핵심 인재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최전선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인재 유출 방지,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 등 장기적 경쟁 우위 유지”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도 영업이익의 약 1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에 맞춘 보상 체계 구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차별화된 보상 체계는 단기적 사기 진작을 넘어 연구·개발(R&D)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한 직원은 “내년에 더 많이 받기 위해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성과급이 조직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