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2배짜리 베팅 상품’이 먼저 줄을 섰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6월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하자, 월가의 ETF 발행사들은 상장 다음 영업일인 15일을 겨냥해 레버리지·인버스 ETF 약 12개를 일제히 출시할 태세를 갖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로쉐어즈, 레버리지 셰어즈, 디파이언스 ETF, 그래닛쉐어즈, 렉스 셰어즈, 다이렉션, 트레이더 ETF 등 주요 발행사들이 이날 동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스페이스X와 연계된 ETF 신청 건수는 이미 올해에만 20개를 넘어선 상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우주 테마’ 열풍이 아니다. 상장과 동시에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쏟아지는 것은 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구조 변화로, 15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ETF 시장 전체를 뒤흔들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 당일 ‘2배 ETF’ 등장…이제 선점이 곧 수익이다
프로쉐어즈는 스페이스X 주가의 일일 등락률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SPCF’를 IPO 당일인 6월 12일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는 사상 첫 ‘IPO 당일 상장 레버리지 ETF’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기초자산이 어느 정도 거래 이력을 쌓은 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 스페이스X의 경우 공모가와 내재가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주가 등락률의 2배 또는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 즉시 거래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월가 ETF 발행사들이 이처럼 출시 속도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TF 분석가 제임스 세이파트는 “1등으로 출시하거나, 최대한 1등에 가깝게 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발행사들은 IPO 직후 레버리지 ETF를 최대한 빨리 내놓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감만으로 한 달 새 13억 달러…우주 ETF에 돈이 몰렸다
스페이스X가 상장하기도 전에 이미 시장은 움직였다. 모닝스타 다이렉트 데이터를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스페이스X IPO 준비 소식과 함께 우주 관련 ETF에는 최근 한 달 동안 약 13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이로써 해당 섹터 전체 운용자산(AUM)은 33억 달러를 돌파했다.
주목할 사례는 Tema의 ‘NASA ETF’다. 이 상품은 “스페이스X를 포함한 우주 혁신 스토리에 직접 베팅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워, 출시 7주 만에 기존 대표 우주 ETF인 UFO의 AUM을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이스X 상장이 나스닥100 지수 편입으로 이어질 경우, QQQ 등 나스닥100 추종 ETF들이 기계적으로 스페이스X 주식을 매수하게 되어 추가 수급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앤트로픽·오픈AI도 대기 중…”대형 IPO엔 레버리지 패키지” 공식화
이번 스페이스X 사태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세이파트 분석가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표준이 될 것”이라며 “최소한 대규모 IPO의 경우 계속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앤트로픽과 오픈AI와 연계된 ETF 상품도 이미 신청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동성 블랙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 및 이를 추종하는 해외 레버리지 ETF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미국 우주·첨단 기술주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다.



